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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사실 피눈물 나게 힘써 마련한 내 것을, 온몸으로 벌은 내 소득을 그 누군가에게 십의 일이나 줄 수 있다는 것은 여간한 믿음이나 정신이 아니고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이 어려운 일을 자발적으로 드리겠다고 약속한 그 마음이 어찌 대단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쉽사리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마음이 어찌 무겁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면, 어떻게 해서 이 힘든 십의 일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십의 일을 드린다는 의미의 십일조 정신은 기본적으로 우리네 상식과는 다른 차원에서 나오는 정신이다. 딴 세계에서 온 사고방식으로 생각할 때만 가능한 마음이다. 그것은 내가 얻은 것, 내가 가진 것이 실은 내 것이 아닌, 나를 위하여 그 누군가가 주신 것임을 전제로 할 때만 가능한 마음이다. 내 것이 아님에도 십의 구를 가지고 마음껏 사용하게 하고, 겨우 십의 일만을 돌려주면 된다는 것이기에, 그것에 감사해서 한편 기쁜 마음으로, 한편 내 것 아닌 것을 원래 주인에게 책무감으로 돌려드리는 것이 ‘십의 일’ 정신이다.
다소 장황하게 십일조를 언급한 이유는 십의 일 정신이 공직을 맡은 자에게도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직을 담임한다는 것은 국가와 사회라는 공동체를 위하여 자신이 가진 그 무엇을, 그것이 능력이나 경험이든 아니면 시간이나 정성이든 간에, 내놓는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가지려고, 누리려고 맡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그래서 공직을 맡는 일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어서 함부로 맡아서는 낭패를 겪기 십상이다. 단순히 본인만의 낭패가 아닌 조직과 구성원 모두에게 주는 큰 낭패 말이다.
그러면 공직을 맡는 자는 무슨 마음을 가질 때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 마음가짐은 십의 일 정신에서 출발한다. 본인이 조직으로부터, 구성원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혜택이 너무 많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조금이나마 내가 가진 그 무엇을 돌려 주고픈, 되갚음 마음에서 출발한다.
이런 자세로 공직을 맡는 자는 결코 공직을 본인의 다음 단계의 출세 사다리로 여기지 않는다. 동료와 구성원을 본인의 야망 달성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일도 없다. 공적 이해관계와 사적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주저 없이 공적 기준으로 행동한다. 직분을 맡은 동안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고 한다. 결코 곁눈질 하지 않는다.
아쉬운 것은 이런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본인의 능력이나 그릇에 비해 과분한 지위에 더 오르려고 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숨길 수 없는 세태다.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필자가 속한 대학사회로 눈을 돌려 보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능력과 경륜이 갖추어질수록 겸손함과 책임감에 애써 보직을 피하려 하고, 부족함에도 욕심만 가득 찬 사람만이 어떻게든지 높은 자리 하나 꿰차려고 발버둥 친다. 이런 사람들에게서 공적 마인드를 발견하기는 연목구어다. 십의 일 정신은 마음 속 호주머니에서 좀체 나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골병드는 것은 학교이고, 좌절하는 것은 구성원이다.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자꾸 뒤처지는 이유도 어쩌면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십의 일 정신이 공직 담임의 중요 기반 정신으로 기능하는 그런 사회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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