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석 충남대 법학연구소장 |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Data), 인공지능, 로봇 공학, 3D 프린팅, 나노·바이오 기술 등의 융합과 진보는 경제, 사회, 문화, 법률, 제도 등 국가 운영의 모든 영역에서 급격한 변화를 초해하고 있다. 물론 자율주행 자동차, 의료 분야의 인공지능 Watson, 핀테크 분야의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전문은행 등 사회 각 영역에서의 변화는 우리 삶의 편의를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 자체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기업이 인력을 고용하는 형태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직원들과 정식으로 근로계약을 맺고, 채용된 직원들을 이용하여 고객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해 일자리를 만드는 소위 긱 경제(gig economy)의 등장은 노동 현장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긱'이란 원래 1920년대 미국 뉴올리안즈의 재즈클럽에서 단기적으로 섭외하는 연주자를 부르는 단어였는데, 현재는 기업이 정규직 대신 그때 그때 발생하는 수요에 따라 단기적으로 인력을 고용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노동시장의 이러한 흐름은 다양한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유경제의 포문을 연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인 우버는 직접 기사를 고용하는 대신 차량을 소유한 사람들을 드라이브 파트너로 계약하고, 독립 계약자 형태로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은 고객들에게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2016년 5월부터 개인 차량을 소유한 일반인을 배송 요원으로 활용하였다. 배송 요원으로 계약된 운전자들은 시간당 약 18~25달러를 받으면서 하루 12시간 이내에서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일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같이 플랫폼 운영자는 외관상 서비스를 중개하는 것에 머물고, 서비스의 제공 및 수령(소비)은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 간에 온라인이나 휴대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음식배달, 부동산중개, 숙박, 승객운송, 심지어는 육아보육 서비스까지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긱 경제의 확산은 긍정적 효과와 함께 부정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긱 경제 시스템은 노동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으므로 전업주부나 은퇴자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정규직의 비중이 낮아지고, 긱 경제 내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자영업자로 취급되기 때문에 어떤 노동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게 된다. 긱 경제에서는 한 마디로 직업(job)인 듯 직업이 아닌 직업, 노동자인 듯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가 나타나게 된다. 특히 플랫폼 노동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이 플랫폼 운영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에게 외주화되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전 세계의 우버 기사들이 지난 5월 10일 '앱 끄기' 방식으로 파업을 벌인 이유도 노동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메이데이인 지난 5월 1일 음식배달원들이 중심이 되어 라이더 유니온(rider union)을 출범했다. 그러나 오늘도 휴대폰의 앱을 통해 소비자, 음식점, 배달대행회사, 배달원으로 연결되는 복잡한 구조에서 누구를 상대로 협상하고 투쟁해야 하는지 명확치 않아, 배달원이 노동법적 보호를 받기까지에는 참으로 갈 길이 멀다. 기회와 위기는 함께 온다. 4차 산업혁명의 그늘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범정부적 지혜를 모을 시점이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