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건강한 봄이 그립다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건강한 봄이 그립다

손승희 대전지방기상청장

  • 승인 2019-03-26 13:40
  • 신문게재 2019-03-27 22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손승희 기상청장
손승희 대전기상청장
경칩을 지나니 한 낮 햇살이 제법 포근하다. 아직 아침과 저녁으로는 코끝이 시리지만 두터운 겨울옷들을 정리할 계절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얼었던 땅이 물기를 촉촉하게 머금어 싱그러운 땅 내음이 나고, 춘삼월의 경계를 몸이 먼저 느껴 나른해지는 것이 드디어 봄이 온 것이다.

절기상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은 양력 2월 4일이며, 24절기 중 첫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를 말한다. 이날부터 새해의 봄이 시작된다고 해서 대문이나 문설주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과 같은 글귀를 써 붙이고 한 해의 복(福)을 기원하곤 했다. 그러나 실제로 입춘 무렵은 겨울 추위가 여전한 때라서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와 같은 속담이 전해 내려오듯 봄이 느껴지지는 않는 시기이다. 그래서 혹자는 계절 구분에 따라 3, 4, 5월이 봄이므로 3월 1일을 봄의 시작으로 보기도 하고, 천문학적으로 춘분(3월 20, 21일)을 봄의 시작이라 말하기도 한다. 기상학에서는 일 평균 기온(기준일과 전·후일의 4일을 포함한 9일의 평균된 값)이 5℃ 이상으로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는 때를 봄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따뜻해진 바람과 함께 봄꽃 소식이 들려올 때 우리는 봄이 왔구나 하고 비로소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대전에서는 3월 2일 매화가 올해 봄의 시작을 전해왔다. 주기적으로 기압골의 영향을 받았지만 강수량이 많지 않았고 높은 기온이 이어져 평년보다 33일, 작년보다는 23일이나 빨랐다. 자라서 꽃이 될 꽃눈은 가을철 기온이 낮아져 추워지면 모든 생육이 정지한 내생후면상태가 된다. 이 휴면상태를 깨워 봉오리를 열기 위해서는 고온이 필요한데, 기온이 점차 오르기 시작하는 2월과 3월의 기온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올해 2월은 대륙고기압이 평년보다 약한 가운데 이동성고기압 영향으로 따뜻한 남서풍이 계속 유입 되어 2월 24일 대전의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5.7℃나 높은 15.1℃를 기록하는 등 3월초까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계속해서 유지되어 개나리와 진달래의 개화 소식도 예년보다 빨리 들려올 것 같다.

그럼 이제 빨리 피기 시작한 봄꽃들이 다 지기 전에 서둘러 나들이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은데 어쩐지 선뜻 나서기가 어려워진다. 봄을 시샘하는 방해꾼들의 공격이 여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봄나들이를 방해하는 불청객이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모처럼 만개한 꽃들을 휩쓸고 가는 비바람만 피하면 언제든 봄을 만끽하러 나갈 수 있었고, 간간이 황사가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외출이 두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미세먼지 중에서도 2.5㎛ 이하의 입자 즉, 고운 밀가루 입자보다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사람의 폐까지 깊숙이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봄이 와도 나들이는 그림의 떡이다.



기온이 오르고 꽃이 피는 봄은 그대로인데 너무나 달라져 버린 봄을 맞이하는 요즘, 건강한 봄이 무척 그리워진다. 하지만 이대로 방안에 갇혀 봄을 놓칠 수는 없지 않을까! 연일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최대한 외출을 자제해야 할 때도 있지만 봄에는 이동성고기압과 저기압이 3~4일 주기로 한반도를 통과하기 때문에 날씨 변화가 심한 계절이다. 고기압권에서 대기가 정체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도 있고, 비를 동반한 저기압이 지나가 하늘이 씻기면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미세먼지의 기세도 조금 꺾이고 모처럼 맑은 기운을 느낄 때도 있는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새로 개편된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날씨 정보(m.kma.go.kr)를 제공하고 있고, 환경부에서도 실시간 대기질 정보(www.airkorea.or.kr)를 도시별로 알려주고 있다. 과거에 겪어보지 않았던 새로운 재해가 우리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지만 기상정보와 미세먼지 정보를 잘 활용해서 나들이도 즐기고 건강도 챙기는 건강한 봄이 되길 바래본다.

/손승희 대전지방기상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설동호 교육감, 국회 교육위 출석해 사과… 질타 잇따라
  2. 무기력·신분불안 느끼는 교사들 "교사 의견 수렴 없이 졸속·탁상 대책 마련하고 있어"
  3. '사교육카르텔' 교원 249명 문항거래로 213억 챙겨…대전서도 2건 확인
  4. ‘장 담그기 좋은 날이네’
  5. 교육부 대전교육청 감사… 긴급 분리·조치 등 신설 골자 '하늘이법' 추진
  1. 80돌 맞는 국립중앙과학관 2025년 전시·체험·강연 연간일정 공개
  2. 대전소방, 대전시립박물관 화재안전 점검
  3. [대전교육청 직속기관 돋보기] 대전교육연수원 변화와 성장으로 미래교육 '앞장'
  4. [춘하추동]봄비, 생명의 물줄기를 기다리며
  5. 경찰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계획범죄 무게 두고 수사 중"

헤드라인 뉴스


철도지하화 선도 사업 첫 타자 `대전 조차장역` 선정

철도지하화 선도 사업 첫 타자 '대전 조차장역' 선정

대전시의 숙원인 조차장역 철도 지하화 사업이 정부 선도사업으로 선정됐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철도 지하화 사업을 통해 침체 됐던 건설 경기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는 19일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민생경제 점검회의에서 '지역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하고,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 대상 지역을 최종 확정했다. 얼어붙은 지방 건설경기를 녹이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철도 지하화 사업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구간은 대전과 부산, 안산이다. 철도 지하화는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

"충남·세종 건설공사 기성액 늘었지만 중소건설사는 난항 지속"
"충남·세종 건설공사 기성액 늘었지만 중소건설사는 난항 지속"

2024년도 세종과 충남 건설공사 전체 기성액이 2023년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위 건설사들의 약진이 반영된 결과로, 중소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9일 대한건설협회 충청남도회·세종시회에 따르면 충남 지역건설사의 전체 기성액은 지난해 4조9448억원 보다 2389억(4.8%) 증가한 5조1837억원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충남의 경우 경남기업(주)이 3869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활림건설(주)이 1922억원을 신고하며 2위, 해유건설(주)이 1870억원을 신고하며..

최근 5년 충남 주택화재 감소에도 사상자는 증가
최근 5년 충남 주택화재 감소에도 사상자는 증가

최근 5년새 충남지역 주택 화재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사상자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 간 도내에서 발생한 주택 화재는 총 2612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556건, 2021년 542건, 2022년 526건, 2023년 473건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515건으로 소폭 늘었다. 주택 화재에 따른 사상자는 총 180명으로 2020년 26명, 2021년 21명, 2022년 43명, 2023년 42명, 지난해 48명으로 증가했다. 사망자(총 54명)는 2020년 1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봄이 오고 있어요’ ‘봄이 오고 있어요’

  • ‘해빙기, 위험시설물 주의하세요’ ‘해빙기, 위험시설물 주의하세요’

  • ‘장 담그기 좋은 날이네’ ‘장 담그기 좋은 날이네’

  • 인도 점령한 이륜차와 가게 홍보판 인도 점령한 이륜차와 가게 홍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