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석 충남대 법학연구소장 |
관련 사건 경위를 보면, 2015년 수영장에서 익사하여 사망한 네 살배기의 가족들이 수영장 관리업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액과 위자료를 합하여 4억 9천 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2심은 8천만 원의 위자료와 함께 일실수입 산정을 만 60세로 계산하여 1억여 원을 원고인 가족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가동연한을 65세로 보아야 한다며 파기 환송한 것이다.
가동연한은 사고로 인한 사망 등에 있어서 손해배상 산정의 기준이 된다. 이를 몇 세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 연장 여부에 대해 논란이 뜨거웠다. 대법원도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이번 판결에 앞서 가동연한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어 관련 전문가들과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심사숙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30여년 전 가동연한을 60세로 보았던 때와 현재를 비교해 볼 때 국민의 평균수명은 10년 이상 연장되었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516달러에서 30,000달러로 증가했다. 그리고 각종 사회보장법령에서 노인을 65세로 규정하고 있고, 실질은퇴연령도 72세로 OECD 회원국 중 최고령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법원은 가동연한 60세가 경험칙에 비추어 볼 때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가동연한을 올린 것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 일각에서 보험료 인상과 청년실업 악화 등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보험업계는 가동연한 상향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증가하여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보험금 산정 기준이 되는 취업가능연한이 65세로 늘어남으로써 보험금을 더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보험료는 '대수의 법칙'에 따라 보험의 특성이나 보험사고, 보험금 지급원칙 등 여러 변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가동연한의 상향이 보험료의 직접 인상요인이 될 것인지는 신중하게 따져 봐야 할 일이다.
그리고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현행 정년 규정이 상향 조정 논란도 있다. 현재 고령자고용촉진법은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했기 때문에 정년도 그만큼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신규채용이 줄어들어 가뜩이나 침체일로에 있는 청년실업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일자리와 고령자일자리가 경합관계에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고, 1989년 가동연한이 상향되었지만 28년이 지난 2017년에서야 민간부문에서 비로소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것에 비추어보면, 당장에 법정 정년이 65세로 연장되어 청년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물론 청년일자리 창출이 화두인 상황에서 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 문제에 앞서 '일자리 공유' 등 대안 모색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그동안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에 대해 각급 법원마다 판단을 다르게 해 혼선을 빚고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논란이 종식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가동연한의 연장은 세계적인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경우 가동연한을 67세로 상향 조정한지 10년이 넘었고, 일본도 65세까지 고용노력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실무에서는 원칙적으로 67세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이고, 4차산업혁명에 즈음하여 노동의 패러다임도 급변하고 있다. 따라서 가동연한을 이번 대법원 판결과 같이 원칙적으로 65세로 보되, 개인의 연령, 건강상태, 직업, 경력 등의 사정을 감안하여 사안별로 가동연한 연장을 보다 탄력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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