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합장 ‘돈 선거’ 이번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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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합장 ‘돈 선거’ 이번엔 끝내야 한다

양은경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19-03-05 16:03
  • 신문게재 2019-03-06 20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양은경
양은경 교수
1960~70년대에는 선거철만 되면 '막걸리·고무신 선거'라는 말이 나돌았다.

헐벗고 못 먹던 시절에 선거는 ‘공짜 술 잔치’를 벌이고 ‘공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축제'로 여겨졌다. 돈 봉투가 아니면 최소한 선물이라도 돌려야 출마 인사치레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죄의식도 크지 않았고 정치권이 스스로 돈 선거를 조장한 측면도 있었다.

경제 기적과 함께 선거도 천지개벽했다.

이제 금권선거는 추억의 드라마나 후진국 뉴스에서나 만날 수 있다. 국민의 의식 변화와 함께 돈이나 향응을 받은 사람들도 10~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엄격한 선거법이 한몫했다. 산악회 등이 교통편의, 음식물을 제공 받았다가 '과태료 폭탄'을 맞은 이야기가 회자한다. 후보자도, 유권자도 금권 선거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금권선거가 21세기 대한민국에 여전히 활보하고 있다. 바로 동시 조합장선거다. 오는 3월 13일 전국 1300여개의 농협·수협·산림조합의 대표자를 뽑는다. 중앙선관위가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적발한 불법 사례는 지난 1월 30일 기준으로 95건이나 된다. 동시 조합장선거가 처음 치러진 2015년에는 전국에서 867건의 불법 사례를 적발했다. 이 중 금품수수와 관련된 것이 절반 가까이 됐다.

아직도 후진국형 금품선거가 벌어지는 것은 조합장 선거의 특성에도 원인이 있다. 보통 단위 조합원은 500~2000명 수준으로, 평소에 학연과 지연 등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유권자가 많지 않다 보니 간단하게 ‘표 계산’이 가능해 매표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선거기간이 14일로 비교적 짧고 연설회와 정책토론회가 거의 없다 보니 특별한 정책적 이슈도 없다. 그러다 보니 매표와 친분에 의한 투표가 이뤄지기 쉬운 구조다.

하지만 돈 선거의 결과는 치명적이다. 조합장을 하면서 이권에 개입해 '선거비용'을 뽑는다는 말까지 나돈다. 조합장은 4년간 조합의 대표권, 업무 집행권 직원 임면권 등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예금과 대출 등 신용사업, 생산물 판매 등 각종 사업을 주도한다.

금권선거로 뽑힌 조합장의 폐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이 된다. 지역 농협은 쇠퇴하는 지역과 농업의 활로를 열어주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농협이 방만한 사업으로 적자를 내고 도산하면 오히려 지역경제의 몰락을 촉발할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많은 지역농협이 부실 경영으로 통폐합됐는데, 대부분의 부실 원인은 횡령과 배임이었다. 조합원의 투표가 중요한 이유이다.

이번에 신고포상금이 최고 3억원(기존 1억원)으로 확대되고 입후보예정자로부터 금품 등을 제공받은 조합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자수하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면제, 자진신고를 유도하기로 하는 등 법 위반에 대한 처벌과 적발이 강화된다. 깨끗한 선거는 선거법 위반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지역 조합과 조합원의 운명을 결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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