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사에서 마케팅공사로 운영주체를 바꾸는 것인데, 공사 경쟁력 강화라는 기대와 함께 사업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교차한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허태정 대전시장이 주문한 시 산하기관의 혁신 방안 일환으로 오월드 운영권을 기존 도시공사에서 마케팅공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시는 도시공사와 마케팅공사에 구두로 오월드 이전 안을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도시공사와 마케팅공사는 오월드 이전에 따른 업무조정 및 조직개편, 사업계획, 사후활용방안 등을 세우고 있다.
이번 오월드 운영권 이전은 허 시장의 시 산하기관 혁신의 첫 케이스로 큰 의미가 있다. 허 시장은 취임 이후 시 산하 공사·공단 등에 혁신안 마련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확대간부회의에서 허 시장은 "혁신안은 지금보다 어떻게 더 나아질지 보여주는 비전"이라며 "조직운영과 인력관리 문제를 어떻게 시대 상황에 맞게 대처할지를 담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지난해까지 개혁 방안을 준비해 보고하라 했는데 해를 넘겼다. 뒤늦게 보고된 혁신안마저도 너무나도 미흡하다"며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는 각 산하기관에 업무 적절성과 효율성 등 근본적인 기능을 검토해 제시하라고 요구했고, 내부 검토를 거쳐 지난달 말 허 시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하기관의 기능 조정은 쉽지 않은 과제다. 조직과 예산, 관련 법 등 따져봐야 부분이 많다. 이전에도 몇 차례 시 산하기관 기능을 조정하려고 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당장 오월드 이전도 선행될 과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노조와의 협의다. 산하기관별 업무 환경과 처우 등이 다른 경우가 많다.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기존 체제 유지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도시공사의 사업 능력 악화도 우려된다. 대전도시공사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자본금이 낮은 수준이다. 사업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에 사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오월드 재산가치가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당장 오월드를 마케팅공사로 이전하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오월드가 대전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한 곳으로 이전하면 도시공사의 정신적 상실감도 클 수 있다. 마케팅공사로서도 오월드 이전으로 인한 확실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오월드는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공사의 수익성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또한, 기존 엑스포공원 관리 이미지를 벗고 도시 브랜드 강화 등 도시 마케팅에 힘을 쏟아야 하는데 오월드 운영으로 역량이 분산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시 관계자는 "오월드 운영권 이전은 아직 논의 수준"이라면서도 "오월드 이전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만큼 성과를 낸다면 추후 다른 산하기관 기능 조정에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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