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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둔원고에서 고3 수험생들이 수능 가채점 결과를 놓고 담임교사와 지원 가능한 대학에 대해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이성희 기자 |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다음날인 16일 대전지역 고교 3학년 교실은 수능이 끝났다는 홀가분함과 가채점을 마친 학생들의 당혹감과 긴장감이 가득했다.
수능 도입 이래 역대급 난이도를 보인 국어가 가장 큰 원인이였다.
이날 오전 서구 둔원고 3학년 학생들은 교실에 모여 전날 치른 시험 얘기를 하며 앞으로 대입 지원 전략을 고민했다.
학생들의 대화 주제는 단연 '불수능'으로 불린 국어영역.
고 3학생들은 올해 수능은 국어가 가장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국어영역부터 체감 난도가 높아 긴장하다보니 나머지 과목도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만 시험이 어렵게 출제돼 변별력을 갖춘 만큼 상위권에 비해 중위권 학생들의 걱정이 큰 듯했다.
김보미 학생은 "국어영역의 화법부터 너무 어려워 문제를 푸는데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며 "서양 천문학의 과학적 설명과 중국 천문학의 철학적 설명을 융합한 과학 지문은 정말 국어인지 과학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박정현 학생은 "수능 출제본부에서는 이번 수능이 모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지만, 모평때와 비교해 국어는 난이도가 확실히 높았다"며 "국어영역은 틀린거에 비해 오히려 등급컷은 올라 간 것 같다"고 전했다.
국어영역의 난코스로 꼽힌 과학과 천문학의 철학적 설명을 융합한 과학 지문을 두고서는 "찍어 넘겼다", "과학인지 국어인지 헷갈린다", "불국어였다"라는 원성이 쏟아졌다.
까다로웠던 국어 탓에 벌써 재수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또 다른 한 학생은 "국어와 영어가 어려워서 애를 먹었다. 벌써 재수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나올 정도다"며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선생님이 가채점 결과를 종이에 적어 내도록 하자 학생들은 "진짜 망했다", "아직 안 맞춰 봤어요" 등의 하소연과 볼멘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가빈 학생은 "나름대로 수능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1교시 국어부터 많이 흔들렸다"며 "6월 9월 모평 비교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오히려 등급컷은 올라갔다. 이제 논술, 면접을 준비하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진학 담당 교사는 "학생들이 국어에서 받은 긴장감과 충격의 여파가 다른 과목에까지 이어져 평소 모의고사 점수보다 10점 이상 떨어진 경우가 많다"며 "상위권 학생 사이에서도 예년보다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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