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당시 한동대 학생과 교직원 모두 훌륭했다"

  • 전국
  • 부산/영남

"포항지진 당시 한동대 학생과 교직원 모두 훌륭했다"

- 한동대 공동체 모임인 '팀(Team)', 재난 대비하는 공동체적 역할 모델 부상
-"언론보도 자극적이고 피해만 집중" 부정적 보도로 구성원의 트라우마 가중

  • 승인 2018-11-14 10:34
  • 김재원 기자김재원 기자
20181113_164819
노승욱 포항공과대학교 교수 연구결과 발표 모습
"포항지진 당시 한동대 학생과 교직원 모두 훌륭했다!"

지난해 포항지진 당시 진앙지와 근접해 있던 한동대학교는 언론들의 자극적이고 피해에만 집중하는 부정적 보도로 구성원들의 트라우마가 가중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동대 학생과 교직원들은 지진발생 후 유기적으로 잘 대처했을 뿐만 아니라 대학내 공동체 모임인 '팀(Team)'이 트라우마 극복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조사돼 향후 재난에 대비하는 공동체적 역할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13일 경북 포항시 남구 소재 박태준학술정보관에서 포항공과대학교 융합문명연구원이 개최한 '포항 지진 1년, 지금도 계속되는 삶의 여진'이라는 연구발표에서 밝혀졌다.



포항공과대 노승욱 인문교수는 '포항 지진으로 인한 대학공동체의 트라우마 체험과 대응 양상 - 한동대학교 학생들의 인터뷰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발표에서 포항 지진 발생 직후의 언론 보도가 지진을 겪었던 한동대 재학생들의 트라우마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결과, 인터뷰 대상자들은 예외 없이 지진 발생 당시 언론의 초기 보도가 자극적이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로인해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에 대해 민감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공통된 답변이었다. 강력한 본진은 지나갔지만 여진으로서의 트라우마는 이들에게 계속되고 있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A학생은 자신이 겪은 당시의 심리상태를 낙인효과에 빗대어서 표현하기도 했다. 그 학생에 의하면 당시 한동대는 지진 재난의 현장이었으며, 자신은 재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A학생은 재난상황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은 이해하지만, 한동대에 대한 지진 피해 보도는 객관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언론 보도가 너무 선정적이었다"는 것이다. A학생은 당시 언론에 집중 보도되었던 외벽이 떨어지는 영상이 학생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방송될 때마다 "트라우마가 유발됐다"고 말했다.

B학생은 지진 발생 초기 언론 보도가 건물 외벽의 피해 장면에 집중되면서 한동대 구성원들이 지진 발생 직후에 유기적으로 잘 대처했던 긍정적인 모습들이 주목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한동대의 인명피해 상황은 한두 명이 경미한 찰과상을 입은 것이 전부였는데, 언론 보도가 크게 부풀려지면서 한동대의 피해 이미지가 과장되어 알려졌다는 것이다.

다시 A학생도 지진 당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면서 지진에 잘 대응한 점에 대해 언론에서 긍정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A학생은 지진으로 인해 나타난 한동대의 부정적 측면만이 언론에 집중 부각되고 지진이라는 재난에 잘 대응했던 긍정적 측면을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C학생은 한동대 학생들이 경주 지진 이후 정기적으로 지진 대피 훈련을 해 왔고 그 결과 포항 지진 때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었는데도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D학생도 당시 언론의 보도로 형성된 한동대의 이미지가 고착될까봐 걱정했던 주변의 시선에 대해 말했다. 이 학생은 자신의 부모님이 한동대에 대한 지진 보도로 대학이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염려했다고 말했다.

A학생의 경우에는 초기 언론 보도 후에 형성된 인터넷 댓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이 학생은 지진 피해를 입은 한동대를 향해 "지방대학교"로 비하하며 표현한 댓글을 보고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했던 한동대 J교수도 초기 보도의 부정적 영향이 심각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 지진을 겪었던 J교수는 저녁에 접한 방송 보도를 보고 지진에 대해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J교수는 자극적인 언론 보도 행태가 지진을 겪은 한동대 학생들의 트라우마를 강화시키는 환경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는 지진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 공동체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공동체 차원에서 진행됐던 여러 가지 노력에 대해 답변했는데,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상담센터의 활동 강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학생들에 대한 교수와 동료학생들의 배려, 공동체 훈련 프로그램인 '팀(Team)'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 트라우마 발현을 억제시키기 위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캠페인, 불안함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스 대응용품의 지급 등이다.

이중 특히, 인터뷰에 응한 모든 학생들은 지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한동대 공동체 단위인 팀이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학생들의 답변은 매우 흥미로웠는데, 한동대 팀 제도는 다른 대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공동체성을 갖고 있는 듯이 보였다는 것. "한동대가 기독교적 건학 이념과 정체성을 갖고 있기에 공동체 정신이 강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팀은 매우 긴밀한 유대감과 결속력을 지닌 인적 네트워크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었다"며, 향후 재난 대비하는 공동체적 역할 모델로 비중있게 평가했다.

포항=김재원 기자 jwkim291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대트랜시스 파업과 집회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 가중
  2. 대전서 조폭들 시민 폭행해 철장행…"불안감 조장 사회적 해악 커"
  3. 대전 도안2-2지구 학하2초 2027년 9월·학하중 2028년 3월 개교 확정
  4. "R&D 카르텔 실체 확인… 이대로는 쇠퇴만" 과기계 인적 쇄신·개혁 목소리
  5. 대전교육청 보직교사 배치기준 상향 조정, 교원 "업무부담 해소 기대"… 2025년 변화되는 주요 교육 정책 발표
  1. "만학도 교육권 보장하라" 예지중·고 학생들 거리에 모여 농성, 대전교육감에게 의견 전달도
  2.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10월30일 수요일
  3. 대전서도 퍼진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방안은…대전시의회 정책토론회 개최
  4. [사설] 카드 결제로 본 생활인구, 효과 있었나
  5. 동절기 이웃사랑 김장 나눔

헤드라인 뉴스


대전 영양교사 배치 절반뿐… 내년 모집도 ‘역대 최저’

대전 영양교사 배치 절반뿐… 내년 모집도 ‘역대 최저’

청소년 비만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식생활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대전 내 영양교사 인원은 전체 학교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심지어 2025년 대전 영양교사 모집인원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전국 하위권을 기록했다. 학교 내 영양교사의 공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교원 감축까지 추진하고 있어 학생 식생활 교육 공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대전 내 영양교사는 184명이다. 대전 전체 학교(특수학교 포함) 312곳 중 영양교사 배치는 유치원 1명, 초등 119명, 중등 23명, 고등 36..

대전 동구·충남 당진서 멧돼지 떼 출몰…당진서 2마리 잡혀
대전 동구·충남 당진서 멧돼지 떼 출몰…당진서 2마리 잡혀

10월 31일 저녁 대전 동구와 충남 당진 일대에서 멧돼지 떼 출몰 신고가 들어와 소방당국과 지자체가 수색을 벌인 가운데, 당진에서 2마리가 포획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주민 피해는 없었다. 1일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인 31일 밤 9시 52분께 당진에서 멧돼지 2마리를 포획했다. 앞서 오후 6시 45분께 동구 낭월동에서 멧돼지 4마리가 출몰했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와 대전소방이 수색을 벌인 바 있다. 곧이어 오후 7시 35분께 당진시 석문면 통정리 석문산업단지에서도 멧돼지 3∼5마리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슈]치솟은 아파트에 깊어지는 그늘…개발서 빠진 노후주거 `현안으로`
[이슈]치솟은 아파트에 깊어지는 그늘…개발서 빠진 노후주거 '현안으로'

산이 높은 만큼 골짜기는 깊어진다고 했던가, 대전에서도 부쩍 높아진 아파트만큼 그 아래 그늘도 깊어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시행할 때 수익과 사업성이 기대되는 핵심 구역에서만 노후주택을 헐고 새 아파트를 짓고 있다. 새 아파트 옆에 낡고 노후된 주택과 상가가 그대로 남은 현장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주민들은 되살릴 수 없는 죽은 건물이 되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대규모 정비사업 후 남은 원주민의 구김살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49층 옆 2층 노후건물 '덩그러니' 대전 중구 은행동의 한 골목을 걷다 보면 49층까지 솟은 아파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학원연합회 ‘생명나눔’ 따뜻한 동행 대전학원연합회 ‘생명나눔’ 따뜻한 동행

  • 매사냥 시연 ‘신기하네’ 매사냥 시연 ‘신기하네’

  • 동절기 이웃사랑 김장 나눔 동절기 이웃사랑 김장 나눔

  •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