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정답을 찾아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오답 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에 바쁘다. 학창시절부터 몸에 밴 자세가 사회인으로 변모한 이후에도 영향을 주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저곳에서 오답만은 피해가자는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진짜 실력을 갖추려 하기 보다는 우선 급한 대로 형식적 요건만 구비하려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숨기고 피해가려고만 한다. 남녀간, 세대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간, 사용자와 피용자간에 분출되는 다기한 갈등과 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꽈리를 틀고 있고, 일부는 이미 폭발하고 있음에도 정답으로 풀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오답만 피해가자는 심산으로 문제를 대한다.
이렇게 해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혹 겨우 하나 해결한다 할지라도 또 다른 문제가 빠짐없이 기다리고 있다. 화급하고도 복잡한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빈부문제의 해결은 물론이고, 더 궁극적으로는 우리 공동체가 나아갈 바람직한 모습과 방향은 무엇인지에 관하여 언제까지 오답만을 피해가겠다는 자세를 취할 것인지 안타깝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학원과 학교에서 오답 피하기에 길들여질 대로 길들여진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잘 이끌어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늦었지만 대학에서라도 오답 피해가기가 아닌 정답 맞히기를 교육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길러낼 인재상을 먼저 정립하여야 한다. 제4차산업혁명시대에 들어섰다는 지금, 그 인재상은 바로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자이다. 단순 암기를 통한 지엽적 지식의 습득방식으로는 설령 죽었다 깨어난다 할지라도 문제해결능력을 기를 수 없고, 제4차산업혁명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크든 작든, 사적 영역이든 공적 영역이든, 각자가 속한 공동체가 처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에 이른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그 원인을 제거하고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 이 방법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이를 추진할 인력과 재정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반대자와 무관심자들을 어떻게 설득해서 동참시킬 것인지, 이 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은 무엇이고 그 부작용을 줄이거나 없앨 방법은 또 무엇인지, 문제를 해결하였을 때 공동체가 얻을 이익은 무엇인지로 연결되는 문제해결형 인재가 바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의 모습이다.
제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였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제4차산업혁명시대라는 말의 성찬만이 화려하게 진설되고, 여기저기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서 장식용으로만 사용할 뿐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제4차산업혁명시대의 세상은 인간이 소외되고 노동이 소외되며, 단편 지식이 더 이상 효력을 보이지 않는 세상이다. 인간의 지식이 아닌 인공 지능이, 인간의 육체가 아닌 로봇과 컴퓨터가 주관하고 다스리는 세상이고, 오감으로 인지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닌 오감 인지가 되지 않는 세계이다. 살아 숨 쉬는 인간이 아닌 차디찬 사물의 시대이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언제까지 문제해결형이 아닌 오답 피해가기형 인재 양성에만 온힘을 기울일 수 있다는 말인가?
건물을 지탱하는 것은 인테리어가 아닌 기둥이다. 기둥을 제하고 인테리어만으로 승부 볼 생각하지 말자. 본질은 기초다. 오답 피해가기가 아닌 정답 맞히기다. 제4차산업혁명시대에서 최고의 가치는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소외를 막기 위한 인간의 존엄성 추구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인재상이, 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대학의 교육관이, 그리고 커리큘럼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막중한 역사적 책무이다. 우리 대학은 그 길로 가야한다. 그 길은 문제해결형 인재육성의 길이고, 이들 인재들의 문제해결을 통한 인간 존엄의 세상으로 가는 길이다. 지금 우리 대학은 그 길을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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