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박물관 이대로 괜찮은가-상] 대전을 표현하지 못하는 전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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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박물관 이대로 괜찮은가-상] 대전을 표현하지 못하는 전시 프로그램

(상) 지역성 표현 부족한 전시 프로그램
휴일 오후 4시간 동안 관람객 50명 미만
대전과 관련성 부족한 유물 해설 다수

  • 승인 2018-10-16 16:47
  • 신문게재 2018-10-17 5면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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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2시 관람객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설전시실 모습.
시민이 찾지 않는 대전시립박물관. 대전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전시 프로그램이 허술한데다 운영실태도 최근 트렌드와 맞지 않아 시민들의 발걸음은 뜸하기만 하다. 지난 7월 대전세종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전시 공공박물관 연평균 관람인원은 6대 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수준 이었다. 시민들이 찾는 박물관이 되기 위해서는 도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체험형 전시 프로그램 확충과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모가 시급하다. 중도일보는 총 3회에 걸쳐 대전시립박물관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시립박물관은 도시의 역사를 알리고 시민과 공유하는 공간이지만 대전시립박물관은 지역성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박물관 전시는 도시를 표현하지 못하고 전시에 실망한 시민들은 더 이상 박물관을 찾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휴일임에도 14일 대전시립박물관 3층 전시실에는 관람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지켜본 결과 전시실을 다녀간 시민이 50명을 넘지 못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지난 12일부터 파평윤씨 기획전이 열리고 있지만 관람객이 모이지 않는 탓에 하루에 두 차례 열리는 도슨트도 제 시각에 실시되지 않고 있었다.

명문가 파평윤씨를 소개하는 전시 내용은 대전과의 관련성이 부족했다. 안내 책자에도 대전 관련 언급이 없고 대전·충남·충북을 통칭하는 '호서'의 명가라는 설명이 있을 뿐이었다. 호서라는 지명이 최근 생소한데다, 대전 서구에 파평윤씨 서윤공파 고택이 있는데도 지역과 가문의 관련성이 설명되지 않았다. 고택 인근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효경당계축문에 대한 해설에서도 대전에 대한 설명이 없고, '충청도읍지' 기록의 경우도 진잠관아라는 대목이 짧게 등장하는 데 그쳤다. 전시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기획전시실에 들어선 관람객 중에는 10분도 채 머물지 않고 나가는 사람이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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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박물관 전경.
시대별 흐름으로 전개되는 전시 콘텐츠도 최근의 트렌드와 맞지 않았다.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쉬운 해설 텍스트를 제공하는 요즘 추세와 달리, 파평윤씨 전 유물 해설에는 난해한 어휘가 수두룩했다. '파평윤씨성보'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세계(世系), 계수(繼受)가 등의 단어가 등장하고 '화위화첩' 부분에서는 고전용어인 상체가 쓰여 있었다. 더욱이 유물 해설이 전시 패널의 낮은 곳에 적혀 있어 고개를 숙여야 읽을 수 있었다.

2013년 개관 당시부터 진행되는 상설전시도 대전의 지역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전 유학자의 삶과 문화'라는 주제로 전시가 열리지만 은진 송씨 기탁 유물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룰 뿐 대전과의 관련성이 부족했다. '가학을 계승하고 과거에 급제하다' 영역에 금호계첩, 경연일기 등이 전시되고 '한편에 치우치지 않다' 영역에 송준길 기몽 친필시, 우복선생 문집이 있지만 대전과의 연관성은 물론 기증 및 입수 경로도 소개되지 않았다.

전시 프로그램 내용에 지역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에 대전시립박물관 관계자는 "기획전시 주제인 파평윤씨는 대전·충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가문이며, 상설전시의 경우는 동춘당 송준길 선생이 대전에서 지낸 삶은 규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학계는 공공 전시관이 더 이상 전시품 진열에만 그쳐선 안 된다는 의견이다. 한남대 문화예술경영학과 변상형 교수는 "박물관 및 미술관의 학예연구사는 전시관의 특성과 콘셉트에 맞는 공간구성과 방법론을 연구해야 한다"며 "전시 해설도 관람객을 중심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게 최근 추세"라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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