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하루에만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연금 관련 내용이 수천건이다. |
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는 더 올리면서 더 오래 내고, 최초 연금수급 시기도 68세까지로 늦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일방적인 개편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이참에 폐지하자'는 등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민간이 참여하는 국민연금제도 발전위원회와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 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17일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 결과와 장기발전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추계결과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3차 재정계산 때보다 3년 빠른 2057년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발전위원회는 재정안정과 노후소득보장강화 방안으로 ▲보험료율 인상 연금 가입 상한연령 연장(60→65세) ▲연금 수급개시 연령 연장(65→68세) ▲보험료 부과 소득 상한선 증액 등의 내용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할 '자문안'에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안을 만들어 대통령 승인을 받아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
하지만 여론이 끓어 오르면서 개혁은 시동조차 못 걸게 생겼다.
충청권역 국민연금 가입자는 2018년 6월 말 기준으로 대전 49만 5000명을 포함해 세종과 충남·북 모두 226만1000명이다. 전국적으로는 2200만명이 넘는다.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상황에서, 윗세대보다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연금을 받을 가능성을 의식하는 20∼30대의 반발과 지금보다 더 내고 은퇴 후 장기간 연금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불안해하는 기성세대의 불만이 동시에 분출하면서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국민연금과 관련된 게시글이 수천 건이 올라왔다.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국민연금공단 동대전지사와 북대전지사, 충남 천안과 아산, 공주·부여, 홍성지사, 서산·태안, 보령지사 등 곳곳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문의가 폭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구에 사는 직장인 A 씨는 "지금 내는 연금만큼 노후에 받을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며 "국민연금을 없애버리거나, 가입하고 싶은 사람만 가입했으면 좋겠다. 매달 내는 국민연금으로 적금이나 들게 해달라"고 반발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부담을 느낀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앞서, "논란이 되는 보험료 인상 등은 국민연금 자문위원회 자문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의 일부로,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더 많이, 더 오래' 내는 것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어 가입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목원대 이정호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의견 수렴이다. 국민연금 전문가와 정부부처 책임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해 안을 도출하고, 국민공청회를 열어 공론화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첨예한 사안에 대해 비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논의하는 행태는 오히려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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