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 철의 꽃 |
계 계룡과 운무 |
구무동굴 |
ㅇ 이삼평 한다례 |
배 계룡산 철화분청사기 1,2,3권 |
자철석 |
골프존문화재단(이사장 김영찬)의 후원과 협찬에 힘입어 이 방대한 분량의 백서를 저술한 화제의 주인공은 이재황 도예가(한남대 미대 융합디자인학과 교수)이다. 이에 이재황 도예가의 작업실이 있는 상신리 도예촌 계룡토방에서 이재황 도예가를 만나 철화분청사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조선시대 철화분청사기는 분청사기의 7가지 기법 중 유일하게 계룡산에서 대량생산이 되어 고미술계에서 '계룡산'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철화분청사기의 특징은 환원과 산화소성에서 짙은 흑색을 발색하는 독특한 안료를사용해 힘찬 획이 그려진 강한 필력과 생동감이 넘치는 회화성에 있다.
검붉은 태토로 성형된 비틀어진 조형미에 막걸리색 분장토를 회칠하고 그 위에 산화철(석간주)로 그려진 추상과 해학적 문양은 자연 속의 조화로운 민예품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50년간 생산되었다가 자연스럽게 단절되었다. 이때 독특하게 사용되었던 흑색 철화안료도 같이 소멸된다. 저는 1993년 공주시 반포면에 도예공방을 이주시킨 뒤 계룡토방에서 작업하면서 단절된 철화분청사기 주변 재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복원을 위한 의욕을 갖게 됐다.
▲철화분청사기 백서의 핵심은 철화원료(석간주)의 소성 전환방정식을 구축한 것이다. 철화안료의 주된 성분은 묽은 점토에 혼합된 산화철이다. 원료인 산화철의 종류는 다양하다. 보편적으로 산화제이철(적철석)이 주로 사용되었고 산화제일철, 사삼화철(자철석)등이 서로 혼합해 다양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윗사기골의 구무동굴 |
아래사기골의 공암굴 |
계룡산 철화분청사기는 다른 지역과 전혀 다르게 청자색(환원) 유약 바탕에 짙은 흑색 철화 문양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다른 일반종류의 철화는 적갈색을 발색한다. 대표적으로 조선시대 철화백자를 사례로 들 수 있다. 학봉리 생산품만이 환원 소성에 흑색을 발색한다. 계룡산만의 지역적인 독특성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산화철이 흑색을 발색한다는 것은 적철석 등이 소성과정에서 사삼화철(자철석)로 화학적 전이가 되는 것이다. 즉, 자철석이 되어야 흑색을 발색한다. 계룡산에는 윗사기골의 구무동굴과 아래사기골의 공암굴에서 천연적인 자원으로 자철석이 생산된다.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는데 암석동굴의 구성은 홍색장석화강암이다. 장석은 도자기 유약에 없어서는 안 되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1230℃에 녹는 암석이다. 계룡산 철화분청사기는 독보적인 재료를 사용한 장인들이 독창적인 예술성으로 빚은 세계적인 명품이라 할 수 있다.
▲ 도자 원료 생산지인 구무동굴이 공주시 향토유적 30호로 지정되어 뜻 깊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자유적은 도자기를 생산하였던 소성가마터를 사적지로 지정했지만 이번엔 재료생산지도 유적이 될 수 있다는 획기적인 방향을 제시한 준 선례를 남겼다. 이를 기반으로 타 지역에도 모범사례가 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발간된 영문판 백서는 세계의 유명박물관과 미술관, 각국의 대사관으로 보내져 계룡산 철화분청사기를 알리는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얼마 전 뉴욕에 살고 있는 교포로부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에서 자료를 공유한다는 연락을 받고 무척 기뻤다.
한국문화를 알리는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신 골프존문화재단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이렇게 기반조성이 된 철화분청사기의 역사적 맥은 발전 방향을 모색해 선인들이 남겨준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자랑스럽게 승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글로벌화와 가치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저의 작가적 방향도 새로이 제시하고자 한다.
▲17C의 일본은 임진·정유난 이후에 전쟁으로 인해 척박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1000명 이상의 조선 사기장을 피랍하면서 새로운 부국의 꿈을 이루게 된다. 일본의 도자 기술은 당시에 도기질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충남 금강 출신 이삼평이 일본에 피랍되면서 험난한 역경을 이겨내고 찾아낸 백자도석광은 새로운 일본 자기의 탄생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삼평이 일본 자기의 시조가 된 이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기는 이마리항을 통해 유럽으로 100년간 엄청난 가격을 받고 수출하게 된다. 이는 훗날 메이지유신의 성공 요인이 된다. 도자기를 포장했던 목판화 그림은 일본정신인 ‘자포니즘’으로 이념적 사상을 구축하게 된다. 지금까지 유럽인들이 일본을 사랑하는 좋은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로써 일본은 경제적으로는 세계 제일의 채권국이 되었고, 정신적으로는 '동양의 신비한 나라'가 되었다. 도자기 재료에서 시작된 문화 굴기(굴起)라고 할 수 있다.
당시의 도자기는 반도체 이상의 과학 소산물이었다. 도자기 로드를 통해 수출된 당,송,명 도자기는 중국을 세계제일의 문화부국으로 호령하게 하였고 유럽도 1709년에 독일의 뵈테거가 4만 번의 실험결과로 드디어 도자기를 만들 수 있었다. 산업혁명의 붐에 동승하며 이제는 300년의 역사가 2000년의 동양 도자기 제조기술을 뛰어 넘는 혁명이 되었다. 이렇게 문화는 순환되고 이념과 경제를 아우르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
이제는 계룡산의 문화적 소산이 집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웃 나라의 국운을 바꿀 수 있었던 것도 문화양식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문화가 이 시대의 경제이다. 특히 생활양식인 도자 분야가 선두라고 할 수 있다.
-백서는 어떻게 구성이 되었고 특이점은 무엇인지?
▲ 백서는 1,2,3권으로 구성됐다. 1권은 역사적 고찰과 총론이다. 철화분청사기의 탄생 배경과 의미, 그리고 계룡산 주변의 재료를 모아 자료화했다. 20여 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린 반포면 도자재료 지도는 저의 소중한 대동여지도이다. 500년 전에 사용되었던 무기재료는 지금도 현존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생각으로 시작했다. 현재 학봉리 사적 333호를 중심으로 최소 30여 곳의 계룡산 도자 재료를 찾아 과학기기를 사용해 분석했고 이를 지표로 만들어 놓았다. 이 자료는 후학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지나간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다. 한 여름에 삽을 들고 산 속에서 맨땅을 파고 나면 엄청난 갈증이 찾아오고 힘이 든다. 그 모습으로 산을 헤매는 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하기도 한다. 남의 땅을 파헤치는 경우도 한 소리를 들어야만 했지만 지금은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백서 2권은 한국석간주 연구이다. 한반도의 흑색도자기를 연구하는 과정은 자료가 방대해 개인적으로는 할 수 없고 전반적인 운용비 해결은 기업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의 30곳과 일본 4곳, 중국 1곳의 석간주를 구하기 위해 직접 방문 후 이를 곱게 분쇄해 과학기기에 분석하고 소성해 보았다. 각 지역의 석간주 성분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비교 분석해 본 결과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의 철화안료 구성은 곱게 간 자철석 분말을 10%의 식물재와 묽은 점토에 혼합해 사용한 것으로 밝힐 수 있었다. 철화안료를 구하기 위한 각 지역의 원료들은 남한지역의 석간주 자료를 종합해 모아 놓은 것으로 덤으로 얻는 결과가 되었다. 후편에는 철화분청사기의 문양을 기법으로 분류해 종류별로 나누고 이를 세분화해 더욱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다. 개인적인 학술명도 제시해 보았다.
제3권은 전통방식으로 제작된 시작품의 복원과정을 기록했다.
태토와 분장토, 철화원료, 유약 등을 직접 찾아 재료를 구성한 뒤 이를 성형하고 건조해 장작가마에 소성했던 공정을 기록한 자료이다. 제작방법은 성분과 밀도구성이 같은 원료를 숙성시키고 이를 성형해 분칠과 문양을 넣고 곱게 간 유약을 입혀 전통가마에 소성해 보았다. 제작 성형방법을 재현하기 위해 직접 4년의 기간 동안 목물레 기술을 충남무형문화재 38-2호인 이지수 선생께 전수받았다. 이제는 나름 능숙한 기술자가 되었지만 처음에 서투른 솜씨일 때는 선인들의 선진기술이 무척 부럽기만 했다. 복원 시작품은 나름대로 만족할 수 있었다. 이로써 오랜 연구의 결과물을 소중히 책 속에 담아 보존하게 되었다.
▲철화원료와 유약의 생산지인 구무동굴은 동의보감에 기록된 산골(FeS2) 철분제를 구하기 위한 암석동굴로 철화원료인 자철석을 포함한 홍색장석화강암으로 구성돼 가마소성을 하면 투명한 유약이 된다. 지난 4월16일 공주시에 지정 공시됐는데 정확한 고서 기록이 없어 과학적 자료와 다양한 복원과정을 통해 이를 증명하는데 노력했다. 특히 세라믹 원로교수로 구성된 사부회와 한국세라믹 기술연구원, 학국세라믹학회, 한국요업연합회, 월간 도예 등의 기관에서 학술세미나를 발표하면서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했고 출판된 백서 등을 통해 각 협회의 대표자 인증서를 발부받아 문화재 심의를 받는데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오랜 세월만큼 그 가치는 클 것으로 생각된다. 원료의 확보는 미래 도자 발전의 근원이 되어 새로운 문화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주시의 심미적 관심을 기대해 본다.
▲계룡산은 500년 전, 유형문화재인 철화분청사기와 400년 전 무형문화재인 일본도조 이삼평을 배출한 곳으로 엄청난 문화재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이를 잘 활용해 문화 성역과 미래의 먹거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활성 방안을 기획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적으로 뜻있는 인재들을 모아 TF팀을 만들어야 한다. 전반적인 미래산업을 기획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살린 중부권의 도자 거점도시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이삼평공원-구무동굴-사적333호 사적지를 한줄기로 잇는 도예의 길을 구축해 놓고 한국 전통도자 도시인 고려청자의 전남 강진-여말선초 분청의 충남 공주-조선왕실 백자의 경기 광주를 잇는 호남선 벨트로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이렇게 기반 조성이 된 철화분청사기의 역사적 맥은 발전 방향을 모색해 선인들이 남겨준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자랑스럽게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적 역할로 글로벌화와 가치 창출은 당
철화분청사기의 글로벌화된 명품브랜드와 국제적 학술세미나와 레지던시 작가 교류 등 겉치레 행사가 아닌 실질적으로 보약이 될 수 있는 기획 등을 제시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앞으로 백제문화제와 동등한 가치가 있는 유네스코 도자도시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현재와 미래가 소통하는 문화자원으로 계승하고 활용하기 위해 저 자신부터라도 더욱 노력하는 도예가로 성장하고 싶다.
대담, 정리 한성일 제2사회부 부국장 hansung007@
▲1960년 충남 논산 출생. 한남대학교 융합디자인과 교수. 공주시 향토유적 30호 제안자, 일본 도조 이삼평연구회 사무국장, 정학예사 143호, 충남무형문화재 38-2호 이수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부문 심사위원, 대전시건축 조형물 심사위원, 대전국제아트쇼 운영위원, 대전광역시미술대전 초대작가, 충청남도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한국미술협회 대전지회 전통공예분과 회원, 대전월요소식 운영위원, 대전,충남,세종 적십자협회 회원, 공주문화원 회원, 공주시 향토문화회 회원, 공주시 향토작가전 초대회원, 미술을 사랑하는 풍물단장, 대전도예가회 회원, 대전원로작가 화연회 회원, 대전사생회 회원, 이코노텍스트전 회원, 한남도자전 회원, 골프존문화재단 레지던시 작가, 고려현종 1000년 타임캡슐 제작. 대전시장 봉사상 수상(2011),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2017), 개인전 15회 개최, 단체전 300여 회 개최, 학술세미나 30여회 참여. 저서 <계룡산철화분청사기 주변재료 연구 1997>, <공주시 국제도자 문화교류 촉진에 관한 연구 2004>, <계룡산철화분청사기 1,2,3권 2017). 그 외 소논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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