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저마다 자주쓰는 손이 있다.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9대 1의 비율로 많다고 알려져 있으며, 양손을 모두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사람처럼 고양이도 자주쓰는 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영국 벨파스트 퀸스대학교 데보라 웰스 박사 연구팀이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양이도 사람처럼 왼손잡이(왼발잡이), 오른손잡이(오른발잡이)가 있다. 연구진이 암컷 21마리, 수컷 21마리의 고양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양이들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물건을 뛰어넘거나 음식을 잡을 때 등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앞발이 있었다.
연구를 이끈 데보라 웰스 박사는 "한쪽 발을 선호하는 경향이 고양이의 스트레스나 취약성을 파악하는데 유용한 단서가 될수 있다"고 말했다. 발잡이에 따라 어느쪽 뇌를 더 많이 쓰는지 파악하고 스트레스 취약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왼발잡이 고양이의 경우 오른발잡이 고양이보다 변덕스럽고 불안함을 잘 느끼는 경향을 보였으며, 오른발잡이 고양이는 주인에게 장난을 더 많이 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집에서 기르는 반려묘가 어느 발잡이인지 궁금하다면 관심있는 물건을 봤을 때 어느 발이 먼저 나가는지 살펴보자. |
흥미로운 사실은 성별에 따라 발잡이의 유형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수컷의 경우에는 왼발을, 암컷의 경우에는 오른발을 좀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웰스 교수는 "왜 암컷 고양이가 오른발잡이가 더 많은지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수컷과 암컷 동물들의 두뇌 구조와 기능 사이에 차이점이 분명 존재한다"며 "호르몬의 차이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더 놀라운 일은 고양이뿐만 아니라 개, 말, 앵무새, 심지어 물고기도 주로 사용하는 손이나 눈이 있다는 것이다. 다리가 10개인 오징어도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본에서 있었던 연구결과 갑오징어 11마리를 수조에 넣고 움직임을 관찰했더니 오징어가 새우를 잡아먹을 때 한쪽 방향으로만 일정하게 공격하는 것이 포착됐다.
집에서 기르는 반려묘가 어느 발잡이인지 궁금하다면 몇 가지 행동을 보면 된다. 관심있는 물건을 봤을 때나 스크래치를 낼 때 어떤 발이 먼저 나가는지, 발톱을 깎아준 후 일정시간이 지났을 때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쪽의 마모가 더 심한지 확인해보면 자주 사용하는 발을 알 수 있다.
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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