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봄비가 잦다.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이라던 작년 가뭄을 기억하는 농업인들은 저수율 상승과 해갈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 만물에는 반드시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반가울 빗물이 지상의 오염원을 만나 수질 오염의 주범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농지, 산지, 도시 등 광범위한 불특정 장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비점오염원'이라고 한다. '점오염원'은 공장폐수, 축산폐수, 생활하수 등으로 특정 지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오염배출지점과 오염경로, 오염물질의 양을 측정하고 관리가 용이하다. 그러나 비점오염원은 특별한 처리과정 없이 지표면에 흐르는 빗물에 섞여 바로 하천으로 유출되므로 하천, 저수지, 담수호, 댐 등의 수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수질오염물질 배출량 중 비점오염원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약 70%까지 육박할 전망이다. 농업용 저수지의 수질오염의 주요인도 저수지 상류 비점오염원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발생하는 흙탕물, 가축 분뇨 방치, 과다한 액비 살포, 비료와 농약 성분 등이 빗물과 함께 하천으로 흘러들어 간다. 비점오염원이 비단 농촌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로 양질의 농업용수 공급의 요구가 높아지는 이때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이 바로 농업과 농촌이다. 실제로 용수원의 수질오염으로 인해 우수농산물, 유기농산물 인증이 취소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농촌 비점오염원은 실제 농업인이 삶의 현장에서 저감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비료는 시비 처방을 받아 꼭 필요한 양만 사용하고, 일기예보를 확인해 비가 오기 전에 비료나 농약의 살포는 자제해야 한다. 농약병이나 비료 포대 등을 방치, 투기, 소각해서는 안 되며 가축분뇨와 퇴비는 완전히 숙성된 것을 사용하고 영양물질과 병원균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므로 반드시 덮개 등 비 가림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오염된 대형 저수지나 담수호의 물을 정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농식품부는 2016년 말 수립한 농업용수 수질개선 중장기대책을 통해 저수지 수질 관리 방향을 '사후 개선'에서 '사전 보전'으로 전환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역시 이러한 정책 방향에 부응하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가 재직 중인 천수만사업단에서는 관리하고 있는 대형 담수호들의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지역사회의 중대한 현안임을 인식하고 수질개선을 위한 호내 대책으로 담수호 별 습지 조성을 2016년 완료하였으며 간월호는 준설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상류 점오염 대책은 지자체에서 지속적인 대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2017년부터는 자체적인 '천수만지역 수질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대책의 핵심은 '협업'과 '주민참여'이다. 지자체, 농·어업인,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와 협업하는 '수질보전·관리협의회' 운영, 수질 공동 조사, 오염원 합동 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비점오염원이 담수호 상류지역의 마을과 농업부문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수질개선과 환경정화 활동에 주민참여를 유도하고 인센티브 방안을 강구하며 이를 실천하는 시범마을도 선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작년부터 지역민 대상으로 수질오염원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홍보 브로슈어를 제작, 수질 보전 캠페인을 전개해 오고 있다.
천수만지역은 대규모 담수호 4개가 있다. 맑고 아름다운 담수호가 만들어진다면 지역의 큰 경제적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아무리 물이 풍부하더라도 오염됐다면 그 가치를 잃게 된다. 건강한 물 환경을 조성하고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 전 국민이 참여하는 생활 실천이 필요하다. 깨끗하고 건강한 물과 흙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희망찬 미래를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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