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석 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
드디어 사람을 이루는 근본의 변화를 지향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에 토를 달기가 어려워졌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단백질이 아미노산의 탄생부터 시작되었다면, 반도체의 탄생은 디지털 몸의 탄생을 가져올 수 있게 한 획기적 사건이었다는 주장이 전혀 낯설지 않다.
아마도 훗날 이러한 이야기가 과학 교과서에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연 속의 광물을 뽑아내어 이룩한 기계문명에는 자동이라는 단어를 붙이지만, 디지털 문명기에는 자율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시작한다.
남으로부터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고, 자기의 행동을 자기가 세운 규율에 따라서 바르게 절제하는 일을 자율이라고 한다. 칸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남의 명령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로 객관적인 도덕 법칙을 세워 이에 따르는 일로 자율의 개념을 정리한다.
이러한 엄청난 개념을 우리는 기계에 붙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 '객관적인 도덕법칙'을 세우는 것과 따르는 것이 기계와 사람의 구분자가 되는 중요한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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