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전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모여 남북정상회담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27일 오전 8시 대전역 대합실. 시민들은 정상회담이 중계되는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으로 떠나는 장면에 시민들의 시선은 더욱 집중됐다. 서울을 향하던 회사원 김 모(42) 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태운 차가 우리나라를 통일로 데려다 줬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에 도착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시민들의 표정에선 긴장감이 엿보였다. 지방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역을 찾았다는 심 모(37) 씨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어떻게 만나서 인사를 나누게 될지 궁금하다"며 "임박한 기차시간이 아쉽다"고 말했다. 기차의 도착을 알리는 장내 방송에 시민들은 시계와 TV화면을 번갈아 보며 기차 시간을 확인 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TV와 가까운 자리에선 시민들 간 실랑이기 벌어지기도 했다. 화면을 가리는 시민들이 보일 때 마다 "비켜 달라"는 목소리가 자주 들렸다. 부모님의 무등을 타고 방송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오전 9시40분경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마주 보는 장면이 연출된 시점에는 시민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두 정상이 악수를 할 때 덩달아 악수를 나누는 남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중계방송을 보는 시민들의 대화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호기심이 주를 이뤘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일부러 대전역을 찾았다는 박 모(27) 씨는 "김정은 위원장을 흐릿한 자료화면으로만 보다가 우리 언론의 또렷한 화면으로 보니 신기하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다소 완화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오 모(63) 씨는 "김정은 위원장이 생각 보다 순박한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 두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회담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눈시울이 촉촉해진 중년 여성도 있었다. 2시간 내내 중계를 봤다는 최 모(51) 씨는 "훈훈한 분위기를 보니 그동안의 걱정이 씻기는 것 같다"며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출장길에 오를 수 있겠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두 정상이 화면에서 사라진 이후에도 시민들은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좀처럼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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