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과 개헌 협상과정에서 행정수도 개헌이 포함된 당 개헌안 대신 법률위임으로 정한 정부안을 사실상 그대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여권의 기류변화는 6·13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를 동시 실시를 위해 촉박한 협상일정과 수도조항에 대한 야권의 반발을 감안한 것인데 충청권에선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의지가 후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권력구조 개편 등 4가지 개헌 의제에 대해 각 당 입장을 문서화해 협상에 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민주당은 정부 발의안을 토대로 한 개헌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전망이다.
정부 개헌안이 민주당의 당론을 수용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알다시피 대통령이 제출한 발의안은 민주당이 수차례 개헌 의원총회를 열어 채택한 당론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초 자체개헌안을 공개하면서 헌법 제3조(영토)와 제4조(남북통일) 사이에 '대한민국 행정수도는 세종시로 한다'라는 조항을 신설한다고 당론을 정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일각에선 "행정수도 세종시 명문화는 참여정부 이후 일관된 당론이었으며 국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행정수도 개헌에 대한 애드벌룬을 띄우기도 했다.
긍정적인 기류는 문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되면서 사그라들었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에는 명문화가 아닌 법률위임 카드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1장(총강) 3조 2항에 '대한민국의 수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로 수도조항 신설로 대체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같은 정부 개헌안을 받아 개헌협상 테이블에 올리면 '세종시=행정수도' 헌법 명문화 동력은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참여정부 이후 행정수도 어젠다를 주도해온 여당이 명문화에서 후퇴한 법률위임 카드를 낸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등 다른 야당이 '세종시=행정수도' 명문화 주장을 할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여권의 기류변화는 다음 달 4일까지 여야 합의안을 도출해야 하는 등 개헌협상이 촉박한 탓에 당 안팎에서 이견이 있는 행정수도 명문화 카드를 추진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 개헌안에 담긴 수도조항과 관련 "역사적·관념적으로 제도화한 수도 서울 개념을 굳이 부정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노무현 정부 때 일단락된 사안을 다시 끄집어냈다"고 비판하는 등 야권 반발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은 이 같은 민주당의 태도 변화에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 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민주당의 행정수도 개헌 당론이 정부안과 같이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가 아닌 '법률 위임'인지, 한국당 표현처럼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 발표도 정치적 언어유희에 불과했는지 말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정부안과 더불어민주당의 개헌안이 똑같다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거수기 집권여당에서나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민주당은 수도 조항과 관련해서는 국민 앞에 확약했던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에 대한 당론을 고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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