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진(감성초 교사) |
매일매일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다.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점심먹는 시간에도, 심지어 방과후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직전까지 아이들과 함께 한다. 그 생활이 참 낯설고 어색했는데 이제 한 달여 후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끝나간다.
발령을 받고 3년만에 첫 담임을 맡았다. 3년 내리 영어 전담이었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관계도, 학부모와의 관계도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 내가 맡은 과목만 잘 가르치면 되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담임을 맡고 보니 이게 웬걸, 신세계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듯, 우리 반도 8명밖에 안되는데 모두 다르다. 생김새도 말투도, 좋아하는 것들, 매일의 상태와 기분들도. 전담이었을 때에는 아이들이 얼마나 잘 배우는지, 학습적인 측면에 많이 신경 썼다면, 담임은 말 그대로 '엄마'가 된 기분이다. "쓰레기를 버릴 때는 꼭 눌러서 버려라.", "책상은 꼭 치우고 뒷 정리를 제대로 해라.", "멍때리지 말고 수업에 집중해라." 등등. 내가 엄마나 선생님께 들었던 아주 사소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말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또 아이들과, 학부모와의 관계도 참 신경이 쓰인다. 복잡하고 예민한 6학년 사춘기 여학생들 간의 관계(중간에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 말을 하면 그냥 잔소리로만 취급하는 아이와의 관계(내가 먼저 폭발해버린다.), 계속 보아도 너무나도 어렵고 불편한 학부모와의 관계 등등 잘해보려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신규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실수연발에 매일매일이 좌절과 회복의 연속이다.
초등학교 때 기억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많이 남는다는데,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때 친구들은 기억이 잘 안나도 선생님은 기억이 나던데 아이들에게 나쁜 선생님으로 기억되진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대학교 다녔을 때에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배웠고 "아이들은 교사가 한 만큼 따라온다."라고 들었다.
1년을 되돌아보며,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사였을까? 잔소리만 하는 교사?, 일 핑계로 아이들 마음을 잘 읽어주지 못했던 교사?,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만 하는 교사? 아이들에게 훗날 좋은 기억으로 남기위해, 적어도 나쁜 기억으로는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졸업식 때 "아, 그래도 행복했던 일 년이었어. 우리 선생님 그래도 좋은 선생님이었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한 달과 조금의 날이 더 남은 이 시점에서 헤이해진 내 마음과 아이들을 더 사랑하지 못하는 내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괜찮은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미진 (감성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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