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고속도로 달리다보면 증평IC와 진천IC 사이에 커다란 인공폭포를 만납니다. 정해진 시간에만 물이 떨어져 항상 보이진 않지요. 그 아래 흐르는 물에 다리가 놓여있는데요. 바로 진천 농다리입니다.
농다리는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 세금천(洗錦川)에 놓여있는 돌다리인데요. 길이가 남아있는 93m 포함 100여m에 달한답니다. 1000여년 모진 풍상 이겨내고 현재에 이릅니다. 수량이 많으면 다리위로 물이 넘기도 하여 수월교(水越橋)라 불리기도 하구요. 붉은 자연석을 이용하였는데요. 건너며 보면, 속을 채우는 석회 등 보충물이 없는 건쌓기 방식으로 축조되어있음을 알 수 있지요. 홍수에도 유실되지 않는 뛰어난 기술이 숨겨있답니다. 정자에 앉아 바라보면 커다란 지네가 꿈틀꿈틀 강을 건너는 것 같습니다. 고개 너머에는 용모양을 한 초평저수지가 있지요.
지금이야 미호천 개발로 농지가 물에 잠겨 관광객과 낚시꾼만 오가지요. 마을과 마을이 만나고, 사람과 사람, 농로를 잇는 소중한 다리였답니다. 건너는 사람마다 복 받고 소원 성취할 수 있다 하며, 아낙이 건너면 아들 낳고 노인이 건너면 무병장수 한다 전하기도 합니다.
일찍이 1976년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되었으며, 진천군에서 농다리 주변 명소화 사업을 추진, 해마다 농다리축제를 열고 있다는 군요. 2005년에는 농다리 유래비, 2007년 농다리 전시관 개관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돋보이게 합니다.
진천에는 유달리 별난 볼거리가 많습니다. 한국 종의 예술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고자 다양한 종을 전시한 '종박물관'이 특별합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 주철장 원광식 선생의 고유기술을 전수 교육하는 '주철장전수교육관'이 뒤편에 있습니다. 찾아갔을 때 단색판화전이 열리고 있었는데요, 군립 '생거판화미술관'이 함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동서고금 역사인물 185개국 천여 명의 얼굴조각과 700여 동물상이 전시되어있는 '큰 바위 얼굴 조각공원'도 장관입니다.
삼국통일 주역 김유신(金庾信, 595~673) 장군 혼이 깃든 '길상사吉祥祠', 조선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宋江 鄭澈, 1536~1593) 묘 '정송강사鄭松江祠', 독립운동가 이상설(李相卨, 1870~1917) 영정과 위패를 모신 '숭렬사崇烈祠' 등의 역사유적, 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1992년 창건 불사를 시작한 보련산 '보탑사', 천주교 최초 조선교구 신학교 정착지 '배티성지' 등 종교유적과 시설, 근대 건축유산 '덕산 양조장', '포석 조명희 문학관'등이 빼어난 자연경관과 잘 어울린 명품 동네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대단히 예민하지요. 작은 변화로 생활 터전이 바뀌기도 하고, 자신을 변화시켜 적응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가장 무딘 감각기관을 가졌거나, 가장 적응력이 뛰어난 생명체로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다른 생명체는 특정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사람 발길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습한 더위나 극한 추위, 사막조건, 높은 고도로 인한 저산소, 저기압 등 가리지 않고 이겨내고 적응합니다. 적응력이 인류가 살아남는 위대한 능력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생명은 지속되지만, 문화는 자연과 사회 환경에 따라 알맞게 생성, 소멸되며 변화합니다. 때로는 고유한 문화유산으로 전승되기도 합니다. 조화로운 모습을 갖춘 진천이 꿈꾸는 대로, 농다리와 같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고, 남북통일, 세계로 뻗어나가는 가교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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