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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선분양제를 수용한 것은 가격프리미엄에 기인한다. 주택가격은 오르고 또 올랐다. 수분양자들은 입주 때까지 준공위험을 감수하는 대신에, 입주시점에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을 알고 있었다. 바로 이 프리미엄이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소비자들에게 '로또의 추억'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복불복이었다.
선분양은 공급자에게 중독성이 더 강하다. 분양대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어서 자신이 조달하는 금액이 크게 줄어든다. 통상 토지비의 10%를 자기자본으로 충당하면 나머지 금액은 금융권의 부동산 PF를 빌려 쓴다. 자기자본도 절반은 건설사에서 차입하고, 나머지는 개인사채 등을 동원한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즉 선분양은 자기자본이 거의 없는 사업자를 단숨에 수천억 원대의 사업을 영위하는 '회장님'으로 등극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 '카지노형' 자본구조는 과년도 개발사업에서 왜 우리가 조폭과 같이 무자격자들이 난무했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개발업계가 선분양을 옹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분양위험 회피에 있다. 선분양제에서는 분양결과를 바로 알 수 있고, 분양이 저조하면 바로 사업을 접기도 한다. 후분양제에서는 이런 사전정답이 불가능하고 공사기간 동안 기도하는 마음으로 분양성패를 기다려야 한다.
최근의 후분양제 전환 주장은 사실 긴 역사에 기초한다. 위헌시비로 1995년 정부는 1997년 이후 선분양제의 폐지를 발표한 바 있지만, 외환위기로 무산된 바 있다. 2004년 참여정부가 후분양 전환 로드맵을 마련하여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중이었으나, LH공사 합병으로 인한 부채문제로 유야무야되었다.
그간 선분양제는 분양권 전매차익을 추구하는 투기행태가 청약시장을 과열시키고 주변지역의 주택가격을 부추기는 폐단으로 비판 받았지만, 최근에는 허위,과장 광고 및 부실공사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소비자 선택권의 침해라는 측면이 더 부각된다. 일단 분양계약을 체결하면 건설회사들은 하청,재하청을 통하여 단가를 후려치므로, 부실시공 위험이 증가한다. 최근 경기도 동탄2신도시의 한 아파트단지는 3월에 준공된 이후 8월까지 무려 80,415건의 하자보수신청이 접수되는 등 부실시공이 드러나서 큰 사회문제로 비화된 바 있다.
지금 대한민국을 아파트공화국으로 만들었던 1등 공신인 선분양제가 위협 받는다. 제도 존폐여부는 향후 공론화과정에서 사회의 의사결정에 좌우될 테지만, 주택보급률 50% 시절의 제도가 주택보급률 100% 시대에도 유효한지에 대한 논란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장래에도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전망이 중요하다. 값이 오르지 않을 주택을 구태여 3년 전부터 미리 돈을 내면서 사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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