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보험사기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기 수법도 전문화, 조직화, 단체화되면서 나날이 잔혹해지고, 치밀해지고 있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연령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같은 보험사기 증가로 애꿎은 보험소비자들의 금전적인 피해는 물론 지역공동체가 붕괴되는 위협까지도 받고 있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상) 갈수록 늘어나는 보험사기
(중) 갈수록 잔인하고 전문화되는 보험사기
(하) 보험사기는 범죄'라는 시민의식 필요할 때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진로변경을 하는 차량을 일부러 들이받아 억대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A(20)씨 등 4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
대법원이 올해 5월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사건이다. 피고인 이모(48)씨는 11개의 보험사에 아내 명의로 96억원 규모의 보험에 가입한 후 2014년 8월 교통사고로 위장해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망 당시 아내는 임신 7개월 차였다. 재판부가 "졸음운전으로는 이 사건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 좀 더 과학적이고 정밀한 분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힌 만큼 담당 검사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야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일반화, 전문화, 흉폭화되고 있다. 10대 청소년부터 80대 노인까지 보험사기를 벌이고 있으며, 배우자나 친족을 살해하는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보험설계사부터 의사까지 보험사기에 가담하며 전문화되고 있다.
보험사기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커지면서 10대 청소년부터 노인, 주부 등 다양한 계층에서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기에 연루된 10대 청소년은 2009년 508명에서 2013년 1264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이야기다. 노인의 보험사기도 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2014년 4.5%에서 2017년 상반기 6.4%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평범한 일반인조차 죄의식 없이 허위로 보험금을 타내려는 도덕적 해이 범죄가 관행처럼 굳어져 근절되지 않고 있다"면서 "노인들을 비롯해 10대 청소년까지 보험사기를 벌이는 등 사회적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발 액수도 늘고 있지만, 살인 등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보험사기가 흉악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저지를 때는 피보험자가 범죄로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자연사나 자살, 교통사고 등으로 위장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자해 같은 단순 범죄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거의 없다"며 "단순히 자기 몸을 해치는 초기 단계 보험사기에서 대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등 완전 범죄로 보험사기가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기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다. 1인당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4년 상반기 705만 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758만 원, 올해 상반기 869만 원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직업 윤리를 저버리고 '다들 이렇게 한다'며 일반인들을 보험사기로 끌어들이는 병원 등 보험 관련 종사자들 역시 심각한 문제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보험사기로 적발돼 검찰에 송치된 보험설계사는 모두 575명으로, 피해액은 총 70억8637만 원에 달했다. 인근 광주시는 사무장 병원의 조직적인 보험사기로 홍역을 앓기도 했다.
박준규 손해보험협회 중앙지역본부장은 "갈수록 조직화, 지능화된 보험사기단의 고액 유혹에 일발인들까지 범죄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보험사기는 전파성이 강하고 모방범죄 발생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장기간의 경기 침체를 틈타 사회 전반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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