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젊은 편에 속하는 충남도청 공무원 A씨는 부서 상사의 이런 말에도 ‘곧장 귀가’를 선택한 적이 없다. 은근한 눈치와 귀가 시 느끼는 소외감 및 위기감 때문이다. 연일 이어지는 공·사적 회식에 야간 만취 귀가를 일삼던 A씨는 최근에는 부인과 자녀를 처가에 보냈다. “다툼을 벌인 것은 아니지만, 하루 종일 부인 혼자 아이를 보며 기다리는 일이 반복돼 당분간은 장모님과 시간을 보내라고 한 것”이라는 A씨는 “술자리에 빠진다는 것이 보통 의지와 조직 분위기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A씨는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습관적인 ‘폭탄주 회식’ 등의 관행이 남아있다”면서 “전 조직에서 대대적으로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일부의 눈치 및 억지 술자리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내포신도시 이웃 기관인 충남경찰청 역시 “원치 않는 회식이 더러 있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반면 또 다른 이웃인 충남도교육청에 근무하는 B씨와 C씨는 이른바 칼퇴근 후 곧장 귀가가 가능하다. 부서는 회식을 해도 자신의 의사대로 참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상사는 한 번도 술 자리를 권한 적이 없다.
“과도한 의전 등 보수적 조직 문화가 여전하다”는 지적을 이웃 공무원들에게도 받던 도교육청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해졌을까. 이유는 교육감의 특별지시 때문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김지철 교육감은 간부직원들을 모아 놓고 ‘부하 직원들에게 술 먹자고 하지 말고 사주려고도 하지 말라. 회식 일정도 후배 직원들에게 먼저 묻고, 참석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라. 상사는 선의로 웃으면서 다정하게 말해도 후배 입장에서는 그 말 한마디가 부담이고 강압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취지의 특별 지시를 내렸다. “이후 부하직원들과의 술자리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간부 공무원들도 다수다.
다만 반응은 엇갈린다.
후배그룹에 속하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가운데 일부 간부들은 “요즘 추세가 그렇다. 세상이 바뀌었다. 퇴근 후 운동도 하고 가족과 건강도 챙길 수 있어서 좋다. 돈도 절약된다”는 긍정적 의견을 냈다.
반면 일부는 “후배와 술 먹기조차 금지되는 분위기가 삭막하기만 하다. 꼭 술이 아니라 밥을 함께 먹으면서 정을 쌓는 것인데 특별지시까지 내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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