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 생가엔 잡초만이...

  • 사회/교육
  • 미담

독립투사 생가엔 잡초만이...

단재 신채호 생가 옆 정자엔 술병만 뒹굴어 거미줄 쳐진 동구 김태원 지사 유허도 `처참'

  • 승인 2009-08-13 18:03
  • 신문게재 2009-08-14 5면
  • 김경욱 기자김경욱 기자
개방과 위정척사 사상이 혼합된 격동의 시대였던 1880년, 단재 신채호 선생은 도리산이 휘감겨 있는 중구 어남동(당시 충남 대덕구 산내면) 246에서 태어났다.

올해 국적·호적 회복 등이 이슈가 되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그 이전엔 단재 선생이 지역 출신임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더욱이 국적과 호적을 회복한 올해에도 생가지는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 단재 선생 생가지 옆 정자엔 언제 먹었는지 모른 맥주와 소주병이 뒹굴고 있다.
▲ 단재 선생 생가지 옆 정자엔 언제 먹었는지 모른 맥주와 소주병이 뒹굴고 있다.
찾아오는 이는 거의 없고, 1990년대 복원이래 이렇다 할 변화도 없다. 올 초 이후엔 이곳을 지키는 관리자(거주)도 없어, 타국의 감옥에서 최후를 맞이했던 단재 선생의 삶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생가였다.

생가 옆 정자에 헝클어져 있는 소주병과 맥주병이 그것을 보여줬고, 생가지 안방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죽은 벌레의 사체, 관리소 뒤편에 방치된 허름한 냉장고가 그러했다.

생가지를 둘러보기 한 시간 여 만에 관람객이 처음으로 왔다.

“휴가 중에 지나가다 들렀다”는 그 관람객은 온 지 10분도 안 돼 자리를 떴다. “볼 것이 없네요”라는 말만 남기고.

이보다 더 처참한 광경은 동구 홍도동의 심산(心山) 김태원 지사 생가에서 드러났다.

심산 선생이 태어난 이곳의 공식 명칭은 독립지사 김태원 생가 유허(遺墟). 유허는 오랜 세월에 쓸쓸하게 남아 있는 옛터라는 의미.

▲ 심산선생유허엔 거미줄과 무성한 풀만이 현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 심산선생유허엔 거미줄과 무성한 풀만이 현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 의미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비(碑)와 안내판 하나만이 덩그러니 있는 생가엔 폐허와 거미줄이 이 곳의 현 상황을 설명해줄 뿐이었다. 심산 선생은 1919년 3·1운동을 시작, 일본 경찰주재소를 습격해 일본 경찰 4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군자금 모금과 일본 경찰 및 밀정 사살 등의 임무를 띠는 등 상해임시정부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해방 후엔 김구 선생과 같이 귀국, 김구 선생이 이끄는 한국독립당 조직부장을 맡는 등 건국사업에 이바지한 지역이 배출할 걸출한 독립지사다. 대덕구 중리동엔 심산 김태원 선생 어록비가 세워져 있지만 이곳과 생가지의 연계성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두 곳다 표지판이 부착돼 있지 않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대전문화연대 안여종 운영위원은 “문화재에 불이 나는 등 큰 사건, 사고가 터져야 관심을 갖는 우리 사회가 이 같은 문화재 등한시 현상을 가져오는 근본적인 이유”라며 “민간단체, 시민, 언론 등이 관심을 갖고 연구도 하며 세미나를 갖는 등의 노력과 함께 지자체의 관심이 따라와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욱 기자 dearwgi@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읍면동 행복키움지원단 활동보고회 개최
  2. 천안법원, 편도 2차로 보행자 충격해 사망케 한 20대 남성 금고형
  3. ㈜거산케미칼, 천안지역 이웃돕기 성금 1000만원 후원
  4. 천안시의회 도심하천특별위원회, 활동경과보고서 최종 채택하며 활동 마무리
  5. ㈜지비스타일, 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내의 2000벌 기탁
  1. SGI서울보증 천안지점, 천안시에 사회복지시설 지원금 300만원 전달
  2. 천안의료원, 보건복지부 운영평가서 전반적 개선
  3. 한기대 온평원, '스텝 서비스 모니터링단' 해단식
  4. 재주식품, 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후원 물품 전달
  5. 백석대 서건우 교수·정다솔 학생, 충남 장애인 체육 표창 동시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행정통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긍정 발언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한 가운데 공론화 등 과제 해결이 우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는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면서 충청권의 광역 협력 구조를 '5극 3특 체제' 구상과 연계하며 행정통합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전·충남의 행정통합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현재 국회에 제출돼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격전지인 충청을 잡으려는 여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전·충청지역의 미래 어젠다 발굴과 대시민 여론전 등 내년 지선을 겨냥한 여야 정치권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역대 선거마다 승자를 결정지었던 '금강벨트'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여야 정치권에게 내년 6월 3일 치르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1년 만에 치르는 첫 전국 단위 선거로서,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때문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안정..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윤석열 정부가 무자비하게 삭감했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2026년 드디어 정상화된다. 예산 삭감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연구 현장은 회복된 예산이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철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회는 이달 2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2026년도 예산안을 최종 확정했다. 정부 총 R&D 예산은 2025년 29조 6000억 원보다 19.9%, 5조 9000억 원 늘어난 35조 5000억 원이다. 정부 총지출 대비 4.9%가량을 차지하는 액수다. 윤석열 정부의 R&D 삭감 파동으로 2024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