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부부 8년간의 기록 '생생'

독립운동가 부부 8년간의 기록 '생생'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4-17 13면
  • 총칭=맹창호 기자총칭=맹창호 기자
국난극복의 역사에서 뛰어난 개인기록을 꼽으라면‘이순신의 난중일기’와‘김구의 백범일지’가 단연 돋보인다. 이들 기록은 위기의 시기에 국난극복에 앞장선 위인들의 애국, 애족, 애민의식 뿐 아니라 아들과 남편, 아버지로서의 따듯한 인간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온 국민의 필독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박한 가족사를 통해 독립운동가들의 따듯한 인간애를 담담히 보여주는 기록이 눈길을 끈다. 1998년에야 손녀에 의해 출간(도서출판 혜윰)된‘제시의 일기’는 그 가치는 고사하고 현재 대형서점에서조차 찾기 어려워 뜻있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 글은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부부가 공동으로 쓴 일기를 책으로 만들었다. 양조우와 최선화가 그들인데 중일전쟁의 전란속에서 제시라는 딸이 출생한 것을 시작으로 임시정부 이동기 고난의 행군과 임정요인들의 인간애, 해방의 감격을 담고 있다.

양조우는 미국에서 방직공학을 전공한 지식인으로 쑨원(孫文)의 삼민주의를 번역하는 등 민족국가 건설을 준비한 정치적 식견과 안목을 지닌 인물이다. 방직사업을 하려고 고국을 찾았다가 독립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중국으로 망명한 인물이다. 부인 최선화도 이화여전 영문과를 졸업한 신여성으로 14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동지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단신으로 중국에 망명한다. 그의 정성에 감동한 김구는 어지간해 잘 나서지 않는 주례를 서게된다.

일기는 1938년7월4일 중국 창사에서 맏딸을 얻은 이들 부부의 심정에서 시작돼 8년간 이어진다. 양조우는“조국을 떠나 중국에서 태어난 아기. 그 아기가 자랐을 때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제몫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안의 돌림자‘제’자를 사용해 딸 이름을‘제시’라 짓는다”며 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 제시의 성장모습과 가족사를 중심으로 한 육아기록이지만, 당시 임시정부 가족들의 생활상과 독립운동가들의 따듯한 인간애를 녹여내고 있다. 특히 일기가 쓰여진 중일전쟁시기 일본의 공습을 피해 임시정부가 총칭으로 이동하기까지 실상을 시기별로 정확히 알려주는 거의 유일한 자료다.(이시기 임정기록 대부분이 소실됐다)

일본이 연합국에 무조건 투항했다는 패망소식을 김구와 임시정부가 1945년 8월 10일 오후 8시(중국시간)에 알게된 사실도 제시의 일기로 확인됐다. 당시 이미 연합국에 의해 신탁통치가 논의되고 임시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섰음을 기록하고 있다.

남편 김의한이 1919년 망명에서 해방까지 기록한 가족일기를 바탕으로 여성 독립운동가 정정화가 집필한‘장강일기’역시 생생한 임시정부의 상황을 담고 있지만 당시 쓰여진 일기라기 보다는 회고록에 가깝다. 많은 관련 서적들도 해방 이후에야 집필된 회고록 들이다.

그런데 임시정부와 관련된 수많은 기록은 이승만 정부시절 철저히 배척되면서 서적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심지어 지금은 온국민의 필독서 가운데 하나인 김구의 백범일기는 이승만 정권 시절 금서 가운데 하나였다. 4월 혁명이 성공한 이후에야 간신히 배포될 수 있었다.

일본이 패망하고도 8개월이 지나서야 귀국선에 몸을 싣게된 양조우 부부는 1946년 4월 25일 일기를 통해“아이들(제시와 제니)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을 갖게 되길 바란다”며“그것이 결코 달콤한 열매를 맺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 자신에게 정직하고 충실한 삶을 살아낸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부모의 간절한 희망을 전달한다. /총칭=맹창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3.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4.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5.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1.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2.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3.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4.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5. [2026학년도 수능 채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시 전략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