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학살 진실을 재조명하다-'런던에서 산내까지'
1. 런던에 남겨진 한국전쟁의 기록
2. '민간인 학살 보도' 기자 앨런의 발자취
3. 골령골 학살, 어떻게 기억돼야 할까
4. '핑크 플로이드' 대전 평화콘서트 열릴까
5. 평화와 치유의 공간으로
영국 셰필드대학 아카이브에서 보관 중인 앨런 위닝턴이 남긴 한국전쟁과 관련된 기록물 뭉치. |
지난달 28일 영국 셰필드대학 아카이브 관계자가 취재팀이 요청한 자료 상자를 살펴보고 있다. |
한국전쟁과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기록이 발견됐다. 대전 산내 민간인 학살을 최초로 다룬 외신기자 앨런 위닝턴이 생전 기록했던 자료로 영국 셰필드대학 아카이브에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쟁 발발 후 대전 산내에서 민간인 학살이 이뤄졌다는 그동안의 조사 결과와 달리 전쟁 이전인 1949년에도 학살이 자행됐다는 취재 기록이 나오는 등 새로운 내용이 다수 포함돼 새로운 진실 규명에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중도일보와 비영리단체인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 팀은 지난달 26~30일 영국에 머물며 셰필드대학에 보관 중인 영국 일간지 데일리워커 소속 기자 앨런 위닝턴(Alan Winnington·1910~1983)의 생전 기록한 자료 일부를 직접 확인했다. 셰필드대학 아카이브 도움을 받아 이뤄진 이번 방문은 대학이 보관 중인 65개 목록 중 미리 열람 신청한 자료 일부만 확인이 가능했다.
취재팀이 이번 방문에서 열람한 자료 목록은 ▲한국전쟁 연대기 한국에 관한 기록 뭉치와 1966년 이후 방문 이후 기록 ▲한국전쟁에 대한 타이핑 기록물 ▲한국전쟁과 세균전쟁에 관한 내용 ▲전쟁 포로와 주고받은 편지 등 한국전쟁에 대한 기록 6가지다. 목록 하나당 많게는 100여 장이 넘는 자료가 망라돼 있었으며 사진을 비롯해 취재노트, 편지, 기사, 일기 등 형태도 다양했다.
앨런 위닝턴이 수집한 한국전쟁 발발과 관련된 기록물 표지 |
이 같은 내용은 그동안 조사됐던 내용에 없었던 것으로 추후 연구를 통해 역사를 규명하는 데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반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첫 학살은 전쟁 발발 이후인 1950년 6월 28일이다. 2015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세균전을 벌였다는 '니덤 보고서'가 공개된 가운데 앨런이 남긴 기록 중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도 다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28일 셰필드대학에 동행한 앨런의 아들 조 위닝턴(Joe Winnington)은 이 같은 자료가 안전하게 보관 중이란 사실에 안도하며 다수 자료에 대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영국 방문을 추진한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 정진호 PD는 "70년 동안 묻혀 있었던 자료를 처음으로 열람하게 돼 감회가 새로웠다"며 "열람한 자료보다 훨씬 많은 자료의 존재를 확인했기 때문에 진상 조사를 위해 앞으로 추가 조사와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앨런에 대한 자료가 셰필드에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 역할을 한 영국인 데이비드 밀러(David Miller) 박사는 "지난 70년 동안 사람들을 끔찍하게 한 이야기에 종말을 고할 수 있는 진정한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다"며 "한국 국민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배려하고 진실을 발견하는 데 헌신한 기자의 한국전쟁에 대한 기록은 지금까지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세부 사항들로 정말 놀라웠다"고 밝혔다.
한편,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은 지난 2000년 1월 해제된 미국 비밀문서 공개에 의해 1950년 당시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1800여 명~최대 7000여 명의 정치범 등 민간인이 국군과 경찰에 의해 골령골로 끌려가 총살당한 후 집단 매장됐음이 공식 확인됐다. 런던=임효인 기자
앨런 위닝턴이 1950년 전쟁 발발 이후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일어난 학살을 목격한 후 그해 9월 그 참상을 기록한 소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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