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9시에서 6시까지의 특별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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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9시에서 6시까지의 특별한 하루

최진수 유초등교육과 특수교육팀 교사

  • 승인 2025-02-27 10:56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최진수
최진수 유초등교육과 특수교육팀 교사
오늘도 특수교육지원센터의 문을 열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곳은 중증장애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재와 교구가 가득한 곳이다. 매일 아침, 나는 이곳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구를 꼼꼼히 챙기고, 각 학생의 학습 목표와 상태에 맞는 자료를 준비한다. 단순한 교구 하나를 고르는 일도 신중해야 한다. 교구의 크기, 색상, 재질까지도 학생들의 반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순회 교육은 학교에 특수교사가 없는 학생들을 직접 찾아가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과정이다. 때로는 학생들의 집을 방문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환경을 직접 살펴볼 수 있어 교육적 지원이 더욱 정교해진다. 한 학생은 근육이 긴장되어 연필을 쥐는 것이 어렵다. 이럴 때는 특별한 손잡이가 부착된 연필을 사용하거나, 다른 교구를 활용해 글자를 익히도록 돕는다.

또 다른 학생은 소리에 예민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에게는 조용한 환경을 조성하거나, 특정한 리듬이 있는 음악을 배경으로 깔아주는 방식으로 도움을 준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미묘한 반응을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학생도 많기 때문에 작은 몸짓이나 표정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처음에는 교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던 학생이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을 뻗어 무언가를 가리키는 모습을 보일 때, 그 작은 변화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실감하게 된다.



특수교사로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학생들이 세상과 연결되는 모습을 볼 때다. 예를 들어, 몇 달 전 만난 한 학생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시선을 돌리거나 몸을 움츠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반복적인 교육과 세심한 관찰을 통해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눈을 마주치는 시간만 늘어났지만, 이후에는 손을 들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시도까지 하게 되었다. 그때의 감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특수교사로서 나의 역할은 단순히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부모와의 상담을 통해 가정에서도 지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다. 학부모들은 종종 자녀의 교육 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조언자이자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처음 교육청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행정 업무에 대한 부담이 컸다. 현장에서 바로 학생들과 마주하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교육청에서 이루어지는 정책과 지원 사업들이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지원이 없으면 학교에서 특수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교사로서 내가 진행하는 수업뿐만 아니라, 교육청에서 기획하고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들도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수교육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청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여정이다. 특히 중증장애학생들에게는 교사 한 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의 변화는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다. 어떤 학생은 부모님의 적극적인 참여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고, 또 어떤 학생은 또래 친구들의 작은 배려 하나로 큰 변화를 겪기도 한다. 이러한 협력 속에서 우리는 학생들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생들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기적과도 같은 순간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기적은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이 여정이 쉽지 않지만, 그 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기적이 학생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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