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포기한 청년들과 채용을 포기한 기업들이 늘면서 구인-구직 미스매치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최근 '그냥 쉬는' 청년이 44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대기업 10곳 중 절반 이상은 하반기 신규 채용이 없거나 아직 수립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제조업 기반의 중견기업들은 구인난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신규채용 대신 공장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있는 알려진다.
1일 지역 경제계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우리나라 15~29세 청년층 44만 3000명은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고만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쉬었음'의 의미는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특별한 이유 없이 일하지 않고 쉬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4만 2000명 증가한 수치로, 전체 청년층 인구 815만 명 중 5.4%에 해당한다. 특히 이들 중 75%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총괄은 "쉬는 청년 중에는 정말로 쉼이 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구직을 단념한 이들도 있다"며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구직활동을 미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올해 하반기 채용도 어두운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우려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8월 29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57.5%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40.0%가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으며, 17.5%는 아예 채용 계획조차 없다고 밝혔다.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은 42.5%에 불과했다.
이 같은 문제는 구인-구직 부조화로 귀결된다. 청년들이 일과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지목되고 있어서다. 대부분 청년은 높은 임금과 사내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대기업을 선호하지만, 대기업 취업은 바늘구멍이어서 '스팩 쌓기'에만 열을 올리는 실정이다.
반면, 청년들에게 외면받는 중소·중견기업은 필요 인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지역 내에서 더욱 심각하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생산시설 자동화 시스템 등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방기봉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대덕산업단지에는 전통적인 제조업을 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오래된 문제였지만, 이제는 중견기업들마저 인력을 채용하지 못해 공장 설비를 자동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가 44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설비 자동화가 계속된다면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며 "우리 사회가 청년층의 비경제활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이들을 끌어낼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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