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올림픽, 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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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올림픽, 잔치는 끝났다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4-08-13 16:24
  • 신문게재 2024-08-14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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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천 교수
제33회 파리 올림픽이 7월 2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8월 11일 폐막하였다. 206개국 1만 5백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하여 각축을 벌인 지구촌 최대의 축제였다. 고대 그리스에 그 뿌리를 두고 1896년 아테네에서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올림픽은 전 세계의 우정과 화합을 상징하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올림픽이 단순히 스포츠 경쟁에만 그치지 않고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여 인류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연대감을 고취시키는 것이 올림픽 정신의 구현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마라톤에 출전한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의 감격적인 성취로 기억하는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이 나치스의 우월성을 세계에 널리 자랑하고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을 보여주면서 끝내 올림픽을 나치스 선전의 장으로 전락시켰던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1964년 제18회 도쿄 올림픽이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것이라는 의의의 이면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이 올림픽 정신인 평화를 앞세워 실상은 군국주의를 확산시킨 측면이 있었던 대회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오늘날의 올림픽이 세계 문화 교류의 장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국가 간의 과열된 국력 과시와 스포츠의 지나친 상업화로 변질되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당초에 세운 목표보다 훨씬 웃도는 뛰어난 성적으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라는 빛나는 결과를 거두었다. 특히, 오예진, 반효진, 양지인 등 젊은 사격 천재들의 유쾌한 금빛 쾌거와 전무후무한 여자 양궁의 10연패, 펜싱 남녀 선수들의 경쾌하고 발 빠른 찌르기, 태권도 남녀 선수들의 시원한 발차기와 대회 마지막 날 세상을 들어 올린 역도 박혜정 선수의 선전에 우리는 열광했다.



무엇보다 유도 단체전에서 안바울 선수가 보여준 초인적인 체력과 불굴의 투지는 우리를 전율케 했으며, 신유빈 선수의 눈물과 환희에는 우리도 함께했다. 특히, 우리에게 뭉클한 감동과 안타까운 마음을 준 것은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의 금메달 투혼과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결승 경기가 열리기 전, 멋진 결과 보여주겠다고 결의를 다진 안세영 선수는 철벽같은 수비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운 월등한 경기력으로 마침내 2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배드민턴 그랜드 슬램 달성이라는 위대한 성과를 올렸다.

자신이 부상의 아픔을 무릅쓰고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분노였다는 말에는 비장함마저 들었다. 급기야 안세영 선수의 작심 발언은 선수의 경기력 향상과 선수 관리에 책임을 다해야 할 배드민턴 협회를 향했다. 안세영 선수가 제기한 문제가 엘리트 체육과 사회 체육을 아우르는 배드민턴 협회의 행정 체계 난맥상과 그간의 불통에서 빚어진 오해에서 불거진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당초 일정보다 서둘러 귀국한 협회 임원진들이 제기된 의혹과 궁금증에 대해서 숨김없이 해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144명 중에서 메달을 딴 46명의 선수 못지않게 값진 땀을 흘렸지만 올림픽 시상대 뒤편에서 와신상담의 눈물을 훔쳤을 98명의 선수들에게 더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일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이들은 질식할 것 같은 살인적인 폭염 속에 몸과 마음이 지친 우리들에게 진한 감동을 준 진정한 영웅들이다.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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