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필 위원장 |
고향사랑기부제 언급은 2007년으로 올라간다. 대통령 선거에서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주민세의 10%를 고향에 귀속시키자'는 제안이 출발이었다. 그리고 2010년 4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주민세의 최대 30%를 자기 고향에 낼 수 있도록 하여 지역 간 세수 격차를 줄이기 위해'향토발전세'를 공약화했다. 가장 최근에는 2017년 대선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고향사랑기부제법 시행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하여 지금의 제도로 시행되었다. 여야가 접근방식과 내용에 차이는 있지만, 지금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와 큰 차이는 없다.
2008년 도입한 일본의 고향납세는 어떻게 지금과 같은 성공할 수 있었을까? 여러 이유를 들 수 있지만, 사람, 즉 정치인이 책임 있는 고민과 실천이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었다. 고향납세를 입안할 2007년 당시 스가 요시히데 총무대신은 조세제도의 근간을 흔든다는 관료들의 극심한 반대에 고민이 깊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세수 감소로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상황 타개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추진했다. 초기 고향납세 모금은 총무성 주도로 운영돼 매우 저조했다. 2012년 모금액이 전년에 비해 17억 엔이나 줄어들면서 위기의식이 커졌다. 특히 관료들의 반대에도 도입 강행을 결정한 스가 전 총리의 고심이 컸다고 한다.
이 당시 스가 전 총리는 모금 활성화를 위해 '공급과 수요를 혁신한다'는 방향을 설정하고 혁신적인 수요 창출은 민간에 맡기기로 했다고 한다. 특산품의 공급 혁신은 지자체에 권한을 일임하되, 민간 플랫폼에 홍보·마케팅을 맡겨 수요를 창출하도록 한 것이다. 총무성은 감독권을 갖지 말고 지원만 하자는 방침으로 전환했다.
또 다른 정치인의 노력도 있었다. 후루카와 야스시 중의원(전 사가현 지사)는 사가현 지사로 재임할 당시 본인이 납부한 고향납세를 지역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인 '투구게'보호에 써 달라는 민원을 받아 적극 수용했다. 그후 2014년에 '원하는 사업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수용, 일본1형당뇨IDDM)네트워크는 '아동1형당뇨 치료법 개발사업'에 접목해 성공적으로 모금했다. 지금은 지역의 비영리단체(NPO)도 고향납세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지금은 110개가 넘는 단체가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 이 또한 후루카와 야쓰시 당시 사가현 지사의 결단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후루카와 야스시 중의원은 지난 2022년 11월 '고향사랑기부제 국제포럼'에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고향세를 이끌어가지만 완벽할 수 없다. 특히 재난재해와 같은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그럴 때 NPO나 CSO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사가현은 기부자가 NPO를 직접 지정해 기부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고 제도를 운영한다. 지역의 다양한 조직이 함께 고향세를 모금하여 2021년 기준 104개 단체에서 9억엔(약 90억원)을 모금했다. 이처럼 사가현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기부자가 직관적으로 기부하기 쉽게 설계된 민간플랫폼'을 들었다.
지난 21대 국회 임기 말에 고향사랑기부제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있었다. 아쉬운 점은 국회의원에게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성화해야 할 절박함이 보이지 않았다. 2021년 법 제정 당시의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법 시행 당시의 행정안전부 장관에게서도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할 절박함은 안 보인다. 그래서 임기 한 달째를 맞이하는 22대 국회의원에게 지역을 살릴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의 책임이 맡겨졌다. 이 책임을 맡을 정치인이 누굴지 기대된다.
/권선필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 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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