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
우리나라는 '기후 악당'으로 불릴 만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이다. 자원과 에너지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60여년 전 화학산업 태동기를 시작으로 경제성장과 함께 산업역량을 키운 소중한 경험이 있다. 현재 국내 화학산업의 규모는 세계 5위며, 원유에서 정제된 납사를 원료로 실생활에 사용하고 있는 제품부터 산업 소재까지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다. 다만 국내 화학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폐기물 등이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동안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을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육성해 온 결과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에 따라 요즘에는 정부부터 기업까지 탄소를 줄이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까지 기업으로서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보다 수익을 고려한 경제성 확보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탄소 저감을 위해 과감하게 시간과 자금을 투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EU와 미국 등을 중심으로 자국보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인 '탄소국경조정세' 도입 등이 예고됨에 따라, 기업도 국내외 상황변화를 주시하며 탄소저감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산업 환경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함께하는 상생협력 기반의 탄소중립 기술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상생협력'이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또는 중소기업 상호 간에 기술, 인력, 자금, 구매, 판로 등의 부문에서 서로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실행하는 공동의 활동을 말한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를 통한 동반성장을 달성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지속성장 기반 마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화학산업 성장기에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로 열심히 기술을 개발했었지만, 외국에서 도입했던 원천기술로 인한 기술 종속을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앞으로 새로운 분야에서는 우리 스스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이 시기에 가장 현명한 것은 해외 의존도를 탈피해 그동안 구축돼 있는 국내 산업 생태계,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연결된 밸류체인을 충분하게 활용해 국가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탄소 배출을 줄임과 동시에 탄소의 재활용을 확대하는 혁신적인 화학기술을 중소기업이 확보하고, 탄소중립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대기업이나 또 다른 중소기업이 역시 탄소중립적인 후속 공정을 통해 완성시켜 수출함으로써, 외국의 탄소배출 수출 규제를 극복하는 구조가 작동해야 한다.
탄소중립·기후변화 관련 기술은 선도국에서 개발 중이나 우리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다. 보다 능동적으로 기술을 선점할 수 있다면 우리도 이 분야의 '기술 선진국'이 될 수 있어서, 속전속결로 국내 상황에 맞는 기술부터 제품 확보까지 선점하는 것이 앞으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해 동반성장 할 수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국가 산업경쟁력까지도 높아질 것이다.
한편 한국화학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정부에서도 글로벌 산업정책을 만들 때 '상생협력'을 우선해 검토한다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고, 특히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국제적인 추세에 부합하는 아이디어와 정책이 보다 효율적으로 도출될 것이다.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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