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대전시의회 로비에서 열렸던 원설본부 김천 이전 반대 한국전력기술노조 기자회견 |
한전기술이 일찌감치 ‘지방 이전을 모두 완료했다’고 정부에 보고한 데다, 대전에 있는 원설본부는 애초부터 이전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웠다.
조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기술이 대전에 있는 원설본부의 김천 이전 명분과 실익이 모두 없음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의원실이 한전기술로부터 '지방이전 공공기관 관리카드'를 전부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한전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에 자사의 지방이전 현황을 ‘이전 완료’로 보고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이전 공공기관 관리카드는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자사의 이전 현황을 소관 부처에 정기 보고하는 공식 문서다.
2015년 경기도 용인에서 경북 김천으로 이전한 한전기술은 2017년부터 2023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산업부에 이 문서를 제출하며 매번 이전 현황을 ‘이전 완료’로 표기했다. 원설본부 대전 잔류 기간(2017~2019년), 김천 이전 후 복귀 기간(2020~2023년)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 원설본부 소재지가 수도권이 아닌 대전이어서 애초 고려 대상이 아니었으나, 돌연 졸속 이전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조 의원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산업부와 국토부는 2023년 말부터 한전기술이 대전 소재 원설본부를 포함한 모든 조직을 김천으로 이전해야 함에도 원설본부가 대전에 소재한 것이 문제라며 잔류 해소, 즉 추가 이전을 요구해왔다.
조 의원이 확보한 한전기술 내부 자료에 따르면, 원설본부 김천 이전은 2023년 9월 국민의힘 송언석 국회의원(경북 김천)이 처음 제기했는데, 초기에는 한전기술도 잔류 이유 등 기관 사정을 설명하다가 돌연 이전계획을 제출했다.
한전기술 노조는 올해 1월 조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 원자력 클러스터 와해, 전문인력 유출로 해외 원전 수출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제기했다. 원자력계 7개 기관 노동조합의 연대체인 원자력노동조합연대(원노련)도 같은 달 25일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300명 이상이 근무하는 원설본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조직으로 운영되다가 1997년 한전기술에 합병됐다. 국내외 원전 1차 계통 설계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기술 개발을 담당하는데, 원자력연구원과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 대전 소재 유관기관들과 협업이 중요해 합병 당시에도 경기도 용인 본사로 이전하지 않았다.
2015년 한전기술 본사가 용인에서 김천으로 이전할 때도 대전 원설본부 이전이 보류됐고 2019년 일부 인력이 김천으로 이동했다가 대부분 인력이 다시 대전에 복귀한 것도 R&D 생태계 와해가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조 의원의 주장이다.
조 의원은 "원설본부를 포함한 한전기술 내 모든 조직의 지방이전이 이미 끝났다는 뜻으로, 강제 이전의 명분도 실익도 없음이 입증된 것"이라며 "정부는 강제 이전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원설본부 직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연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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