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이 세상에는 질병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 경제적으로 어려워 삶의 한계 상황에서 헤매는 사람, 사람 관계에서 상처받아 가슴 아픈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 부분 순간적인 고통일 수 있지만, 인생 전체를 볼 때는 평생 힘들고, 불편하고, 외롭게 사는 장애인들에 비해서는 그래도 낫지 않을까요?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는 모두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그것은 선행(善行)이 아니라 우리의 의무입니다. 언젠가 장애인에 대한 더 생생한 자료를 얻기 위해 서점을 찾아 훑어봐도 적당한 책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을 나타낸 하나의 사례가 아닐는지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공직에 있을 때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그때 중증 장애인 곁에서 그들을 희생적으로 돌보는 사회복지사들을 보고 감동을 받은 바 있습니다. 어쩌면 장애인 당사자보다 더 힘든 일상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설을 방문하고 돌아와 바로 그분들에게 "나는 사회복지사들이 하는 일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분께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요지의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또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돈을 모아 장애인들에게 보내주는 따뜻한 손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외롭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것을 시정하는 적극적인 정책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어느 장애인 단체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이 세상에는 장애인은 없다. 다만 편견만 있을 뿐이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적절한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라는 법정 스님의 잠언집이 있는데, 거기에 '건강만 해도 축복이고 행복이다'라는 말을 부제로 덧붙이고 싶습니다. 장애인의 날에 '함께 웃었다'라는 시를 써보았습니다.
휠체어에 몸 싣고 가파른 비탈 오른다
땀이 팥죽이 되어 흐른다
턱이 들리고 팔이 휘어 뒤뚱뒤뚱
몸을 움직인다
걷고 덜어도 그 자리 맴돈다
눈꺼풀 닫혀 하늘 못 보면서
더듬이 지팡이 의지해 한 발짝씩 발을 뗀다
손끝이 눈이 되어 여기저기 살피지만
꽃도 하늘도 까맣기만 하다
입을 열어도 한마디 말 나오지 않으니
수화와 필담으로 겨우 얼굴 핀다
가슴 치며 토로한 심장의 소리가
허공을 떠다닌다
눈과 귀와 사지 온전한 사람 보면
부러워 눈물 쏟지만
그들과 견주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는 포기한다
그리고 용서한다
장애인 곁에서 천사동무 지켜주고
김밥 할머니 주머니에서 나온
청화(靑貨)가 새옷 되어 다가온다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도 울고
천사동무도 울고
김밥 할머니도 울었지만
그들은 이내 환하게 웃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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