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 시인 |
2002년 가을에 시 전문 계간지 『시와정신』을 창간하여 많은 문인들을 배출하여 문학 활동을 활성화해왔다. 『시와정신』은 많은 시인들이 활동의 장으로 삼아 우리 대전의 문학적 토양을 북돋우는 데에도 일조했다. 시인은 정년퇴임 소감에 대해서 "그동안 내가 맡았던 역할을 모두 끝마쳤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정년퇴임을 통해 한 단락의 성취를 이루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의 새로운 출발이 기대감을 가지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지요."라고 말했다.
2024년에는 『시와정신』이 22주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한 호도 빠트리지 않고 발간을 해왔다는 사실은 어쩌면 하나의 큰 성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성숙하고 세련되게, 그리고 문학의 현장에서 새로운 담론을 생산하고 앞장서 나아갈 수 있는 저력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대전 문학을 좀더 튼실하게 견인해 나아가야 한다는 사명감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2024년부터 『시와정신』은 〈시와정신아카데미〉로 확대, 그간의 성과들을 종합하고 확산시켜가기 위해 노력을 펼치고 있다. 〈시와정신아카데미〉는 그동안 펼쳐온 문학 활동의 종합으로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계간 『시와정신』과 출판 편집 부분, 둘째는 창작포럼 부분, 셋째는 글로벌센터 부분, 넷째로 시와정신 문학방송 부분 등이다. 이는 그동안 이뤄온 시인의 문학적 성과를 보다 체계적이고 발전된 차원으로 새롭게 펼쳐가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그 안에서 시인 자신의 문학도 함께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시인이 대학에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과 제자들의 공적으로는, 2000년부터 신설학과를 이끌며 차츰 자리 잡아가는 과정은 실로 어려운 일이었지만, 새로운 도전의 성취감도 대단히 컸다고 한다. 한 계단 한 계단씩 학과와 학생들이 성장해갈 때 느끼는 선생으로서의 기쁨은 그 어디에도 비유할 수 없이 놀라운 것이었다. 그러는 중에 많은 성과들도 있었다. 2000년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부임하고, 2001년 제자 길상호 시인이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당선되었다.
2009년에는 손미 시인이 《문학사상》으로 신인상 당선, 2013년에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성은주 시인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2011년에 박송이 시인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2018년에는 변선우 시인이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그리고 2021년에 이근석 시인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당선하여 한남대 문예창작학과를 전국적으로 주목받게 하며 학과의 위상을 크게 높여줬다.
그러는 동안 시인도 큰 변화가 있었다. 2009년 8월부터 1년간, 그리고 2016년 1년간 두 번에 걸쳐서 미국 캘리포니아 Berkeley대로 연구년을 가서 지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세계적인 명문으로서의 버클리대 캠퍼스에 넘치는 박진감과 상상력은 김 교수에게 미국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동력을 읽을 수 있게 하였다. 그곳에서 함께 한 가족들과의 단란한 해외 생활의 기쁨도 매우 컸다. 두 아들은 미국에서 유학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고, 가족이 함께 여러 곳을 여행함으로써 가족들 간에 깊은 결속의 시간을 경험했다. 세계의 중심인 미국 문화를 체험하여 더 크게 사유하게 되고 현대적 감각을 체험하였는데, 이는 시인 자신과 가족들에게 큰 활력의 시간으로 작용했다.
시인은 그곳에 있는 동안 버클리문학협회를 창립하고 회원들과 함께 『버클리문학』을 창간하여 6집까지 발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활동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샌프란시스코로부터 시작한 시인의 해외 문학 활동은 이후에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텍사스로 확산되어가며 점차적으로 넓어져 가고 있다. 그것은 〈시와정신아카데미〉 글로벌센터의 초석이 되었다. 그 안에서 시인 자신의 문학도 함께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인생 철학이나 삶의 의지로 살아왔는지, 후학들에게 주고 싶은 말씀을 청했더니 뜻밖에도 감동 깊은 명언을 들려주었다.
"내가 만든 개념에 '허공이론'이라는 게 있어요. 허공은 나의 것도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누구에게 빼앗거나 빼앗기는 것이 아니지요. 그래서 내가 팔을 들어 커다랗게 원을 그리면 그릴수록 그만큼 허공은 더 크게 나의 품 안으로 들어오게 되지요. 그러면 나의 삶도 그만큼 더 풍요로워지고,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풍요롭게 된다는 것인데요. 그러한 가치에는 시와 사랑, 꿈과 희망, 희생과 봉사, 용기와 배려, 용서와 아름다움 등이 있어요."
또한, "'시를 열면 빛이 보인다', '세상의 중심에 시를 세우자' 라는 저의 슬로건이 있어요. 시인이 시를 사랑하는 일은 시만 열심히 쓰면 끝나는 것이 아니지요. 좋은 시를 독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나는 늘 이점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펼치는 여러 가지 일들도 모두 그러한 것을 실천하는 하나의 방편인 셈이지요."
시인은 덧붙여 대전의 예술 발전이 중요한 이유로, 글로벌시대에 늘 새로운 도전 앞에 직면해 있는 현 단계의 리더들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예술의 현장을 이해하면 좋겠다고 한다. 시급한 민생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까닭에 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와 더불어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동시에 고양시키는 것이 21세기가 나아갈 방향임을 전제한다면,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우리 대전이 수준 높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완하 시인은 1987년 월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길은 마을에 닿는다』, 『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 『네가 밟고 가는 바다』, 『허공이 키우는 나무』, 『절정』, 『집 우물』, 『마정리 집』, 시선집 『어둠만이 빛을 지킨다』, 『꽃과 상징』을 냈다. 저서로는 『한국 현대시의 지평과 심층』, 『신동엽 시 연구』, 『한국 현대 시정신』, 『우리시대의 시정신』 등, 『김완하의 시 속의 시 읽기』 1~8권 그 외에 편저 및 공저 등 모두 50 여권을 출간했다. 소월시우수상,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대전시문화상, 충남시협 본상 등을 수상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에는 제1회 대전예술인 대상을 수상했다.
시인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뭔지 모르게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해졌다. 저 먼 동녘으로 해가 떠오르는 것 같은 힘을 느꼈다고 할까. 시와 함께 부디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기를 바랄 뿐이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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