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는 신분제가 와해되고 대동법과 화폐유통을 통해 부(富)의 축적이 가능해지면서 한양도성을 중심으로 소비문화(消費文化)가 촉진되었다. 소비문화란 소비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것으로써, 남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가 함께 결합되어 있는 문화가 소비문화인 것이다. 즉, 어떠한 소비를 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정체성이 평가받는 것이다. 소비문화와 함께 완상문화(玩賞文化)도 결을 같이한다. '완상'은 사전적인 의미로 '즐겨 구경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두 문화는 물질적 여유를 기반으로 '풍류(風流)를 즐긴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과거뿐만 아니라 2024년에도 여전히 소비문화와 완상문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즉, SNS 속 명품, 자동차, 골프, 해외여행 등 풍류에 빠져있는 것처럼 말이다. '풍류'는 즐기는 모습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전적인 의미로 볼 때, '멋과 운치가 있는 일, 혹은 그렇게 즐기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필자는 이러한 문화를 '풍류문화(風流文化)'로 정의하고 싶다.
그렇다면, 조선후기의 우리 조상들은 어떠한 풍류를 즐겼을까? 이는 당시 화가들이 남긴 작품을 통해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조선후기 풍속화가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1758-?)은 『풍속도화첩(風俗圖畵帖)』에서 양반 사회의 풍류를 소재로 삼았으며, 총 30장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혜원의 그림은 강 위에서 뱃놀이를 하거나, 가야금을 들으며 연못을 구경하는 등 가무를 즐기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그림 1). 이와 같은 문화생활 외에도 외국에서 들어온 서책을 모으고, 애완용 비둘기를 키우기도 했으며 괴석 또는 매화, 그리고 소나무 분재 등을 수집하여 사랑방(舍廊房)에서 감상하였다. 오늘날의 사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조선 18?19세기 서민들의 궁핍한 삶에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그림들을 그렸던 것이다.
<그림 1> 혜원 신윤복, <주유청강(舟遊淸江)>, 『풍속도화첩(風俗圖畵帖)』, 18세기 후반, 국보 135호, 수묵채색화, 28.2×35.6cm, 간송미술관 소장 |
<그림 2> 단원 김홍도,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 18세기, 종이에 수묵 담채, 37×27.9cm, 개인 소장 |
물론 작품에 그려진 인물들은 당시 사대부(士大夫)이거나, 부를 축적하여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던 사람들로 한정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경제적 여건을 떠나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 '욜로(Yolo, 인생은 단 한번뿐이니 현재를 즐기자)'라는 새로운 사회현상이 대두되면서 풍류문화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SNS 속 조금만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잘 꾸며진 모습과 멋드러진 음식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명품백을 올려놓고 이른바 '일상'이라 하며 게시글을 업로드 한 것처럼 말이다. 조선후기 작품도 당시의 사회현상을 그림이라는 기록물로 남긴 것처럼, 오늘날의 SNS 피드에 수많은 풍류문화가 담겨져 있는 것도 변화된 SNS의 현대적 모습이 아닐까?
최정민/명지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수료
최정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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