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화재 1년만에 다시 찾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불에 탄 공장설비가 철거돼 운동장처럼 정비되었지만, 흰 굴뚝의 그을음이 그때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11일 다시 찾은 신탄진 일원은 그때의 상처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회복했으나, 위축된 지역경제와 보상갈등은 여전히 수면 아래 잠재된 것으로 관찰됐다.
대전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합동감식에서도 화재 원인을 특정할 단서를 찾지 못해 원인미상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지하 설비에서 전선 스파크나 스팀배관의 축열 등이 가연성 물질과 만나 불이 났을 수 있다는 분석이 한때 제기돼 그곳에 대한 집중 감식이 이뤄졌으나 발화 원인 규명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화재로 녹아내린 공장 구조물이 화재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현장보존 차원에서 녹슨 채 남아 있었으나, 조사가 종결되면서 최근 철거를 완료했다. 콘크리트 굴뚝 외벽과 완제품 창고 외벽에 일부 그을음 흔적이 남아 그날의 화재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정문에 가까운 대덕구 목상동 상권은 화재 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많게는 3000명까지 근무하던 공장에 화재로 시설 상당수가 소실되어 근로자가 감소하면서 식당은 24시간 영업을 접고 오후 8시께 문을 닫고 있다.
60석 규모의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전영진 목상동상가번영회 고문은 "한타 골목에서 가장 오랫동안 장사했고 한때는 야간까지 일하는 근로자들이 있어 24시간 장사했지만, 지금은 오후 8시면 손님 없어 문을 닫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땀 흘리는 근로자들이 즐겨 찾는 보양식 메뉴의 오랜 식당이 최근에 문을 닫았는데, 상인들은 지난 1년간 누적된 침체 탓으로 보고 있다.
화재가 난 공장에서 불과 400m 남짓 떨어진 엑슬루타워 아파트 단지 내 상인들은 당시 화재 분진을 직접 닦아내며 상처를 재빨리 지웠으나 여러 상가에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1층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 A씨는 "보상을 요구할 정도로 피해를 봤다고 생각되지 않아 우리 손으로 쓸고 닦고 다시 세탁해서 회복했다고 판단했으나, 그 뒤로 손님 발길이 뚝 떨어진 것은 만회가 되지 않아 지하부터 4층까지 상인들이 너나없이 어려워 한다"고 설명했다.
11일 화재 1년만에 다시 찾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불에 탄 공장설비가 철거돼 운동장처럼 정비되었지만, 흰 굴뚝의 그을음이 그때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화재 후 아파트 입주민들은 아파트 주민들이 가입한 자체 보험사를 통해 분진이 묻은 이불을 세탁하고, 커튼을 교체했으며, 분진 묻은 방충망 교체를 진행했다. 공장 측에 가까운 세대에서는 냄새가 가시지 않아 전문업체를 통해 세대 내 세척까지 이뤄졌다.
다만, 아파트 자체 보험사가 한국타이어 측에 구상금을 청구하는 단계가 남았다.
해당 아파트 전 동대표 C씨는 "화재로 인해 입주민 가구 내 그을음 피해는 세척과 청소, 교체 등을 우리의 보험사를 통해 마무리되었고, 한타 측에 청구할 예정인데 앞으로 3년간 보험금 할증에 대한 책임 문제가 협의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정바름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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