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3人3色, LA에서 만난 그 후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3人3色, LA에서 만난 그 후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4-01-24 14:22
  • 수정 2024-01-28 13:0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어느새 6년 전 봄, 우리 셋은 LA에서 만났다. 3일간이었지만 3년 이상의 추억을 만든, 뜻깊은 만남이었다. LA 거주 이혜자 대표(LA BONA Music), LA 딸네 집을 방문한 진주 염선행 서양화가, 그리고 수필가인 나를 포함, 3人3色의 즐거운 수다는 그 후 각각의 작품으로 승화되어 세상에 나왔다. 추억의 편린이 된 것이다.

그 당시 나는 미국 서부 2박 3일 여행을 마친 후여서 마음이 약간 들떠 있던 터,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서부의 광활한 사막을 여행해선지 LA 한인 타운에 머물면서는 이국의 소소한 일상을 보는 것이 더 신기했다. 혼자서 수시로 호텔 부근에 갤러리, 쇼핑몰 등 드나들었다. 저녁 무렵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햇빛에 수정처럼 빛났던 보랏빛 자카란다(Jacaranda) 가로수가 더없이 이색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겁도 없이 걸어 다녔던 것 같다. 물론 숙소가 보이는 곳까지 걸었지만.

우리 셋 만남은 이혜자 대표가 염 작가를 픽업해서 나에게 왔다. 그 부근 '북창순두부'에 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때 그 순두부가 생각날 때는 국내에서도 일부러 찾아서 먹곤 한다. 우리는 점심 후 LA 게티빌라(Getty Villa) 박물관에 갔다. 캘리포니아 남부 말리부(Malibu)에 위치한 그곳은 태평양 연안 말리부 해변을 따라가는데 하늘도, 바다도 드넓었다. 몇 년이 지났어도 어제처럼 기억이 머물러 있으면서 문득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가곤 하니 말이다. 염 작가는 귀국 후 개인전에서 몇 번 만나기도 했지만, 그때의 추억은 또 다른 염 작가인양 마냥 그립다. 그녀의 작업실이 클로즈업된다.

KakaoTalk_20240124_160751019
염선행 작, '봄날'/f20 acrylic on canvas. 염 작가는 작품 '봄날'에 대해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흩날러더라~이 노래는 엄마의 애창곡입니다. 엄마의 삶을 그대로 담아낸 노래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서양화가 염선행 작가는 언젠가부터 꽃이 눈에 들어왔다. 그 꽃들은 캔버스로 들어왔다. 이야기를 그려 넣어 색과 감정을 채운다. 봄날의 추억, 손녀 Audrey와의 소중한 시간, 젊은 시절의 희망과 열정은 화려한 꽃들의 아름다움으로 표현된다. 2023년 10월, 꽃으로 채워진 「My Flowers」는 진주 <울트라블루 갤러리> 초대전으로 대중 앞에 섰다. 염 작가가 표현한 따뜻함과 평안, 시간과 추억을 지켜주는 그림들을 관객과 함께 공유하며 성황리에 마쳤다. 단순한 꽃 그림이 아닌, 인생의 다양한 순간과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장이 되었다.



"미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인데도 그림에서 따스함과 위로를 받고 갑니다."

"캔버스에 담긴 작가님의 황홀하고 풍성한 이야기들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고 가슴 뛰고 행복했습니다." 등의 관객이 남긴 방명록에 메모는 작가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2024년 4월 <바람흔적미술관> 초대전이 있다. 염 작가는 도시에 존재하는 사물과 계절의 변화, 우리들의 활기찬 일상과 긍정적인 삶을 비구상으로 표현한 13번째 개인전「City Life」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전시했던 기억, 바람소리, 바람난 지구(여행에 대한 갈망), 도시이야기, 꽃과 나무를 소재로 한 시리즈물로 이어지는 작업이다.

첫눈
염선행 작,'첫눈'/f20 acrylic on canvas. 염 작가는 작품 '첫눈'에 대해 "첫눈 오는 날, 가로등 밑에서 아빠를 기다리던 어린 작가의 추억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그림을 만들어 가는 희열을 알기에, 표현하고 싶은 것들의 산더미 속에서 헤매더라도 이 길 위에 설렘으로 서 있다. 염 작가는, 그림을 사랑하는 달란트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화가의 길을 기쁘게 걸을 수 있도록 넘치게 후원해 주는 자신의 흑기사 남편이 감사하다.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아빠의 뒤를 이어 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딸에게도 감사한다.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가족이 있기에 지금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며 캔버스를 펼쳤다.

이혜자 대표(LA BONA Music)는 LA 공립학교에서 이중 언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동요로 배우는 한글 교육'이란 제목으로?2012년 11월 미국에 도착, 2013년 3월부터 2024년 현재까지 LA 코행가 공립초등학교 (Cahuenga Elementary School)에서 동요를 지도하는 초등학교 음악 교사(Music Teacher)로 11년째 근무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어린이들이 한국말이 서툰 것은 당연하다.?이제는 이민 백 주년도 넘었으니, 한국의 얼과 문화를 고집하던 많은 어르신도 세상을 떠나셨다. 그나마 어릴 적 동요를 부르며 자라나던 추억을 그리며 동요를 좋아하는 한국인 교사들이 있을 뿐이다.

2024년 1월 27일 LA에서 <한국창작 동요 100주년 기념음악회>가 개최된다. 1924년 윤극영 선생께서 설날 노래와 반달을 작사, 작곡 발표하신 것을 기점으로, 2024년 한국창작동요 100주년을 맞이한다. 시대적 배경에 따라 만들어지는 동요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기계문명으로 각박해져 가는 동심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정시키며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1964년 9월에 방송이 시작된 "누가 누가 잘하나" 이 방송을 들으며 자라난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한국창작동요 100년을 이어온 자료를 수집하여 연대별로 연주곡목을 선정하여 온 가족이 함께 즐겨 부르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또한 한국문화의 얼이 담긴 동요로 뿌리 교육에 중요성을 재인식하여 미국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심어 주기 위하여 L.A BONA Music(이혜자 대표)과 미주 중앙일보, Happy Village에서는 한국 동요 100주년 축하 기념 음악회를 마련하였다.

나는 국내에 있기에 LA 100주년 행사에 참석은 못하지만 글로써 이혜자 대표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나는 문득 질문한다. 우리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4.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5.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