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감사할 줄 아는 갈마아파트의 박세연 어린이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문화 톡] 감사할 줄 아는 갈마아파트의 박세연 어린이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4-01-09 16:58
  • 신문게재 2024-01-10 18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새나라의 어린이는 서로서로 돕습니다/욕심장이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이 노래는 광복 후 최초로 창작된 동요로 광복의 기쁨과 어린이의 다짐을 나타낸 윤석중(尹石重) 작사, 박태준(朴泰俊) 작곡의 동요이다. 4분의 4박자 바장조의 행진곡 형식인데, 한국적 음계(5음계)에 의한 곡조로 작곡한 것이 특색이다. 나라사랑·이웃사랑의 정신을 어린이에게 심어주기 위해 창작했다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새 나라가 아니다. 광복 후 80년이 다 되었기 때문이다. 새나라 어린이가 살던 시절에는 섬마을 아기가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자며 굴따러간 엄마를 기다렸고, 까치까치 설날도 있었고, 얼룩소 엄마를 닮은 아기 얼룩소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 민인홍 동장이 환경미화원으로 있는 갈마아파트에는 또 다른 새 나라의 어린이가 있어 화제다.



바로 306동에 사는 대전봉산초등학교 2학년 2반 박세연 어린이가 그 주인공.

지나다니다 보면 306동 경비는 늘 싱글벙글이다.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

기다리라고 하더니 경비실에 들어가 편지 한 장을 들고 나온다.

세상에 이럴 수가! '칭찬 상장'이었다.

어린이 상자
'칭찬 상장, 경비아저씨, 이 경비아저씨께서는 추운 날, 더운 날 눈이 오는 날 비가 오는 날이어도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온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소도 해주시고 사고가 나지 않게 지휘를 해주었기에 이 칭찬 상장을 전합니다. 2023년 12월 6일 대전봉산초등학교 2학년 2반 박세연 드림'

이왕이면 칭찬 상장을 받은 갈마아파트 306동의 경비 아저씨나 우리 세연 어린이의 부모님께나, 앞으로 우리 세연이를 담임할 선생님들께 당부 좀 했으면 한다.

정6면체 상자는 6면체라도 보이는 면은 3면 뿐이다.

지금 우리 세연이는 남의 고마움에 감사할줄 알고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세연이의 보이지 않는 내면에는 상상못할 또 다른 무엇이 들어있을 것이다. 창의(創意)성도 있을 것이고 재능도 들어 있을 것이다. 이 보이지 않는 내면의 세계도 발견하여 키워줘야할 것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만 듣고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기 전에 얼마나 산속에서 외로웠으면 남에게 피해 안 주는 거짓말을 해서 자신의 외로움을 해결하였는가 하는 '창의성'에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대는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창의성 있는 사람이 더 우대받는 시대인 것이다.

곁길로 새어 결론을 맺자.

우리 아파트에는 노인회관이 있다.

100여 명의 회원들이 몇십 명씩 모여 정담을 나누며 화투놀이도 하고 당구도 치며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노인회원 가운데 한분이 대전 둔산경찰서에 볼 일이 있어 함께 동행하였다. 문제는 조사하는 경찰관의 태도였다.

조사하는 동안 피의자인 노인을 대하는 태도가 어찌나 예의바르고 친절을 다하는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조사를 받고 나오는데도 출입문까지 배웅을 하는 것이었다. 배웅을 하되 넘어질까봐 내 왼쪽손까지 잡아주며 배웅을 했다. 기분이 좋았다. 돌아서 배웅해주는 경찰관의 손을 다시 굳게 잡아주며 이름을 물었다. 대답은 안했지만 그의 왼쪽 가슴에 붙어있는 명찰이 눈에 띄었다. 조성길이었다.

조성길 형사로부터 배웅을 받으며 경찰서문을 나설 때의 늙은이 기분을 생각해보라. 그런 대우를 받은 필자의 마음이야말로 세연 어린이에게 칭찬상장을 받은 306동의 경비가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온종일 즐거웠다.

이왕이면 조성길 경찰관도 우리 갈마아파트로 이사와 함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용복/ 평론가

김용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