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사진 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내년 총선을 100여 일 앞두고 집권여당과 제1야당을 이끌고 건곤일척(乾坤一擲) 승부를 펼칠 이 대표와 한 위원장이 충돌하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존엄으로 모시는지 묻고 싶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그간 나는 일방적으로 민주당의 질문을 받아왔는데, 오늘은 (민주당에) 질문을 하겠다"며 이같이 공격했다. 전날 취임식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나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력 비판했던 한 위원장이 이틀 연속 이 대표와 민주당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검찰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국민의 중요한 도구일 뿐"이라며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의 자산이고 국민의 도구인 검찰을 악마화하는 것은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보탰다.
그러면서 "나는 그 일(검사)을 20여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했고 국민에 봉사했다고 생각한다. 그 일을 마친 후에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인혁당 빚고문 해결, 4·3 직권 재심 (청구), 스토킹 반의사불벌죄 도입, 촉법소년 연령 하향, 프락치 피해 항소 포기 등 오히려 민주당은 안 했던,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좋아할 만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이던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 당시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150만원 벌금형을 받은 사실을 거론해 각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2018년 이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서 위증해달라고 교사한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다.
이 대표도 포문을 열고 한 위원장을 겨냥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위원장을 향한 첫 반응으로 주목됐는데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그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정권을 견제하는 것은, 감시하는 것은 야당 몫"이라며 "여당이 야당을 견제하고 야당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한 비대위원장이 전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지적하는 한편 '86'(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 운동권) 그룹을 특권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며 '청산론'을 강조한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국민은 정쟁에만 몰두해온 여당에 국정 운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며 "여당이 집권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당내에서도 한 위원장을 비판하는 데 화력을 보탰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곧 이 대표를 (상견례 자리에서) 만나 협력을 다짐하는 덕담을 주고받을 텐데 제정신인가"라며 "국회 운영을 함께해야 할 야당 대표를 여당 대표가 앞장서서 모욕한 것은 정치 ABC를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취임 회견에서 민주당의 운동권 정치 세력을 청산 대상으로 언급하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비난한 것이 협치 정신에 어긋난다는 게 민주당의 지적이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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