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1일 2024년도 국가 R&D예산을 정부안보다 6000억 원 증액해 여야 합의로 확정했다. 정부안은 2023년 31조 1000억 원보다 5조 2000만 원 줄어든 25조 9000억 원이었으며 국회를 거쳐 확정된 최종 예산은 26조 5000억 원이다. 전년보다 4조 6000억 원이 줄어든 것으로 국가 R&D가 감소한 건 33년 만이다.
정부의 긴축재정 속에 연구비 나눠먹기 등 이른바 카르텔 논란으로 R&D 예산이 전년 대비 대폭 줄면서 연구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국회서 증액된 예산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1일 R&D 예산안 확정과 관련해 "고용불안 해소와 차세대·원천기술 연구 지원, 최신·고성능 연구장비 지원 등 연구 인프라 확충을 중심으로 보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출연연 인건비 예산 388억 원과 대형 장비 구축·운영에 필요한 434억 원 등이 늘어났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슈퍼컴퓨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이 구축하 중인 다목적방사광가속기,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중이온가속기,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수출용 신형연구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KSTAR 등이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일부 출연연 중엔 6000억 원이 증액됐어도 기관에 돌아오는 예산이 한 푼도 없는 곳이 여럿이다. 예산 증액 수준이 그만큼 미미한 수준이란 뜻이다.
삭감된 R&D 예산 회복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연대회의를 만들었던 과학기술계 노동조합과 단체들은 예산 확정 후 각각 성명을 내고 실망감과 함께 현장의 상황을 밝혔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연구노조)은 "당초 삭감액인 5조 2000억 원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규모"라며 "당장 연구현장에서는 2024년 예산 확정이 미뤄져 연구개발 수행 계획을 세우는 데도 차질이 있는데 여전히 큰 폭으로 삭감된 채 확정된 결과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기획재정부의 설명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연구노조는 "마치 연구개발 투자가 본격적으로 보강된 것처럼 호도하지만 연구현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받아쳤다. 또 "슈퍼컴퓨터, 중이온가속기 등 대형장비 확충이 434억 원을 추가 배정했다고 하지만 당장 내년에 연구 장비 운용을 중단하거나 신규 구매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는 연구자들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연구노조는 그러면서 2024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추가 회복과 2025년도 완전 복원과 증액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연총)도 22일 성명을 내고 현장의 우려와 함께 정부를 향한 요구 사항을 밝혔다. 연총은 "과제책임자의 동의나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강제적 연구비 축소에 따라 발생하는 연구현장의 문제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즉각 대응책을 마련하라"며 "연구현장의 사기저하와 미래세대인 젊은 연구인력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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