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예의범절은 성장 영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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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예의범절은 성장 영양소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3-12-15 14:30
  • 수정 2023-12-15 14:3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지나치게 횡행하고 있는 거짓말, 조작, 모함, 부정부패, 뻔뻔함 등, 우리사회에서 버러지고 있는 부정적 여러 행태가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 것일까? 그 원인이 어디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

어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으랴. 급속히 변화하는 산업사회를 경유하다보니, 일에 쫒긴 부모 사랑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사회의 관심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의도치 않은 사회적 결손가정으로 이러한 괴물들이 양산된 것은 아닐까? 결손가정은 부모 중 한쪽이 없거나 둘 다 없는 경우, 재혼 가정 등 정상적으로 아이를 돌 볼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우리가 갖는 부정적 의미 때문에 한 부모가족, 조손가정 등 달리 부르기도 한다. 당연히 결손 가정이라 해서 항상 문제 있는 것도 아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훌륭하게 성장하여 가정과 나라의 동량이 된 경우는 허다하다.

무릇 모든 생명체는 신체적 성장과 더불어 부모와 주위로부터 생존기술을 배운다. 거기에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부터 동족끼리 서로 돕고 배려하는 사회성도 포함된다. 사람은 그를 윤리도덕, 예의라 부른다.



남의 사생활 엿보기는 쉽지 않다. 드려다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남의 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더구나 가정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에 대하여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일 것이다.

어른이 아이와 영상통화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얼핏 넘겨다 본 화면에 아이가 누워서, 귀에 전화기 대고 통화하고 있다. 사람이 다가 오면 벌떡 일어나던 어릴 때 모습이 떠오른다. 위아래, 나이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인 것이다.

잔소리라고 했던 많은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돌이켜 보면 천자문, 훈몽자회, 소학, 동몽선습, 명심보감, 격몽요결, 자치통감, 근사록 등과 나아가 사서삼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이가 알아듣도록 풀어서 이야기 했던 것이다. 떠오르는 몇 가지만 나열해 보자.

아침 일찍 일어나 반드시 양치하고 세수하라. 정리정돈 잘 해라. 걸터앉지 마라, 기대어 앉지 마라, 허리 펴고 바르게 앉아라. 큰소리로 말하지 말고, 큰 소리로 웃지 마라. 용모 단정, 의관 정제, 행동은 바르게, 말은 미덥게 하라. 정직한 사람이 되라.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자기 몸과 정신을 정성스레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라. 부단히 책 읽고, 매사 부지런하고 겸손 하라. 온순하고, 어질고, 공손하고, 검소 하라. 남에게 피해주지 마라. 남의 것에 손대지 마라. 나쁜 친구와 어울리지 마라. 이웃끼리 서로 도와라. 집안에 들어오고 나갈 때 반드시 알려라. 오가는 사람은 반드시 일어나서 맞아라. 다른 사람이나 어른의 의복을 넘거나 밟지 마라. 밥상에 앉아 어른이 먼저 숟가락을 든 다음에 먹기 시작하고, 어른이 먼저 마친 다음 물러나라. 잘못을 알면 반드시 고쳐라, 꾸지람을 싫어하는 자는 발전이 없다. 의롭지 못한데 빠지지 마라. 이웃을 가리고 덕 있는 사람에게 가라. 사람 누구나 정성으로 대하라. 아버지는 내 몸을 만드시고 어머니는 내 몸을 기르셨다. 내 몸이 생긴 근원을 잘 섬겨라. 형제간 다투지 말고 화목해라. 콩 한 조각이라도 나누어 먹어라, 형제자매는 한 뿌리에서 나와 하나이다. 어른은 어린이를 사랑하고, 어린이는 어른을 공경하라.

우리는 예의범절이 남을 위한 것으로 곧잘 착각한다. 배려는 될 수 있어도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모름지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낡은 생각이라거나 시대가 바뀌었다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다, 사람이 성장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이다.

게다가 학교 교육마저 지식과 정보 전달로 한정되어 가고 있다. 심한 표현일 수 있으나, 수십 년 전부터 교사 스스로 그렇게 규명하는 이도 있다. 거기에 교권침해라 할 만한 지나친 학부모의 교단간섭으로 교사가 일체의 학생생활지도를 기피한다. 수업시간조차 무엇을 하든 관여하지 않는다. 학교마저 인성교육은 엄두도 못내는 것이다. 지금보다 미래 사회가 더 걱정되는 이유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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