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나 경제부 기자. |
내 또래의 여성 상당수가 옷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 같다. 2023년 끝을 앞두고 초대받은 옷 나눔 파티에서 친구들은 안 입는 옷을 한가득 들고 왔다. 이건 캐시미어하고 울이 많이 들어가서 고급스럽고 따뜻해. 백화점에서 비싸게 주고 산 옷이야. 너한텐 잘 어울릴 것 같아. 몇 번 안 입어서 진짜 새 거야. 아까우니까 꼭 가져가. 아니 나도 집에 옷이 너무 많아. 옷을 이렇게 영업사원처럼 나누다니. 이날 친구들은 내년 목표를 '미니멀리즘'으로 다짐하고 헤어졌다.
나 같은 젊은 여성들이 소비를 줄이면 지역 경제는 침체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더는 소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각 개인이 수용할 수 있는 물리적·심리적 공간은 포화상태다. 오죽하면 개인용 창고 사업까지 등장했을까. 집안 상태는 마음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짐으로 가득 찬 집을 보면 마음도 어지러운 것 같다. 조용한 방에서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요히 숨소리에 집중하는 휴식 말이다.
롱패딩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며, 경제 성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경제 성장이 기후위기를 유발한다는 주장에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올해 3월 20일 내놓은 6차 보고서에서 '부유한 나라들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금처럼 필사적으로 국내총생산 확대를 쫓는 태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ESG 경영에 대한 압박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지역에서도 국제적 흐름에 동참하기 위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가 성장해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데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래서 지역에서도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대전의 민간 주도 지역화폐인 한밭레츠 활동가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탈성장을 상상하라' 출간기념회가 올해 대전에서 열렸다. 생태 활동을 하는 지역 청년 예술인들이 운영하는 기본소득 카페도 대전 유성구에 문을 열었다. 마음의 평화와 지갑 사정, 미니멀리즘 목표를 지킬 수 있는 새로운 경제를 만나고 싶다. '일류경제도시 대전'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라고 믿는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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