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오덕, 변상벽의 <자웅장추(雌雄將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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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오덕, 변상벽의 <자웅장추(雌雄將雛)>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3-12-01 21:37
  • 수정 2023-12-01 21:4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해마다 이쯤이면 주고받는 것 중 하나가 달력이다. 한해의 월, 일, 요일과 절기, 각종 기념일과 행사일이 표시되어있어 요긴하기 때문이다. 태양력이 사용되지만, 음력 또는 간지(干支)가 함께 표기되기도 한다. 일자 아래에 메모 할 수 있게 만들어져 개인 일정표 역할도 한다. 가가호호 필수품인 것이다.

홍보용으로 제작된 것이 다수 배포되는 관계로, 달력이 필수품이지만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뜻하지 않게 탁상용 문화원 달력이 만들어졌다. 지인의 도움으로, 감사하게도 배포자가 된 것이다. 지난해 문화원 활동 그림이 이면에 실려 있다. 전화기 'QR 코드 스캔'으로 그림 모서리 QR코드를 읽히면, 해당 내용이 동영상으로 보여 지도록 제작된 것이다. 무엇이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정월 보름까지 주고받기가 이루어진다. 훈훈한 정으로 추위도 무색해진다. 당연히 예전에도 있었고, 그 중 하나가 세화(歲畵)이다. 문배(門排) 또는 문화(門?)라고도 한다. 주로 문짝에 붙였기 때문이다. 재앙을 예방하고 행운이 깃들길 바라는 벽사(?邪)와 기복(祈福)이 담겨있다. 통일신라시대 <처용가>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처용이나 각종 장군상, 수성, 선녀 같은 인간형상이 그려지기도 하고, 닭, 호랑이, 해태모양의 사자와 개, 매 등의 짐승을 비롯하여 화훼, 누각 등도 그려서 나누었다.

닭이 왜 등장할까? 닭은 신라 시조 설화부터 등장한다. 김알지 탄생 설화이다. 숲속에서 닭의 울음소리가 들려, 왕이 신하를 보내 알아보게 한다. 금빛 궤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아래, 흰 닭이 울고 있었다. 그 궤를 가져와 열어보니 안에 사내아이가 들어 있다. 거두어 키웠는바, 금궤에서 나왔으니 성을 '김'이라 하여 경주 김씨(慶州金氏) 시조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설화내용이 그려진 여러 화가 작품도 전한다.



닭이 상서로움을 맞이하는 신령한 존재로 그려졌다. 닭을 가까이서 본 사람은 누구나 아는 일 아닌가? 광명을 가장 먼저 느끼고 세상을 깨운다.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전령사, 나팔수로 생각했음직하다. 따라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세화에 등장한 것이다.

정민의 <새 문화사전>에 의하면, 닭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가 전한다. 어미 닭이 고양이에게 잡혀가자 다른 암컷이 병아리를 거두어 키웠다. 의리가 귀감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장닭은 덩치도 크지만 횡포가 몹시 심하다. 때로는 다른 닭에게 폭력을 가하기도 하고, 먹이를 빼앗아 먹기도 한다. 어느 날 장닭이 뻐기며 오자, 뭇 닭이 줄지어 서서 차례로 공격하였다. 모두 쓰러지니 처음 쓰러져 휴식한 닭부터 다시 차례로 공격, 장닭도 힘이 부쳤다. 마침내 무리지어 사방에서 공격하니 장닭이 줄행랑친다. 승세 탄 뭇 닭이 쫓아가 구석에 몰린 장닭을 죽였다. 닭의 지혜가 돋보인다.

여러 마리 암컷이 한 수탉을 따랐다. 그 수탉을 이웃 수탉이 싸워 죽였다. 다른 암컷은 이긴 수탉을 따랐으나 한 암컷은 외면했다. 이미 낳은 알 열 개가 있었고, 추후 더 낳은 것이 두 개였다. 열두 개 알을 품어 깐 병아리 모두 건강하게 키웠다. 묵은 닭만큼 성장하자 모두 횃대에 올라 이웃집으로 넘어가, 상대 수탉을 공격하여 죽였다. 돌아오다 문 앞에서 암컷이 죽자, 어미가 죽는 것을 본 새끼 모두 문지방에 부딪혀 죽었다. 서로 배필도 아니건만 암탉은 죽은 수탉의 복수를 하였고, 새끼는 어미 따라 아비의 원수를 갚았다는 이야기다. 열녀, 열부, 효자, 충신, 의사라 칭송한다.

닭이 문, 무, 용, 인, 신, 오덕을 갖추었다는 주장도 있다. 머리에 관이 있으니 문이요, 발에 며느리발톱이 있으니 무여서 문무겸전이다. 적 앞에서 물러남이 없으니 용기요,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고 나누니 어질다. 어김없이 때를 맞춰 알리니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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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웅장추(雌雄將雛, 30.0×46.0cm, 18세기, 간송미술관
그림은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한 변상벽(卞相璧, 1730~?)의 <자웅장추(雌雄將雛, 30.0×46.0cm, 18세기, 간송미술관)>이다. 묘사가 뛰어나 놀랍도록 생생하고, 당시 토종닭도 짐작할 수 있다.

풀밭에서 벌레 잡아 부리에 문 암탉이 병아리를 불러 모은다. 일곱 마리 새끼가 어미 곁으로 모여든다. 한 마리는 멀리 어미 뒤쪽에, 또 한 마리는 위세 등등한 수탉을 향해 있다. 덩달아 풀밭 헤집고 쪼아대는 모습에 이끌린 모양이다. 수탉의 탐스러운 주먹 벼슬이 돋보인다. 뒤쪽 흰색 암탉도 열심히 먹이활동 중이다.

오른편에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이 제시를 남겼다. "푸른 수탉과 누런 암탉이 7∼8마리 병아리를 거느렸다. 정교한 솜씨 신묘하니 옛사람도 미치지 못할 바이다.(靑雄黃雌, 將七八雛. 精工神妙, 古人所不及.)"

왼쪽 상단엔 후배 화가 마군후(馬君厚, 생몰 미상)가 "흰털 검은 뼈로 홀로 무리 중에 우뚝하니, 기질은 비록 다르다 하나 5덕(德)이 남아 있다. 의가(醫家)에서 방법을 듣고 신묘한 약을 달여야겠는데, 아마 인삼과 백출과 함께 해야 기이한 공훈을 세우리라(白毛烏骨獨超群, 氣質雖殊五德存. 聞道醫家修妙藥, 擬同蔘朮策奇勳)."라는 재미있는 감상평을 달았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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