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한국의 행정수도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외교 안보 등 일부 부처가 빠져있고 2031년 전후로 들어설 세종의사당 역시 분원(分院) 형태로 추진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캔버라는 이제 수도건설 100년을 바라보고 있다. 출범 11년 차인 세종시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점이 많은 곳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호주 현지 취재를 통해 '캔버라 100년에서 세종시 100년을 본다'라는 기획 시리즈를 5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세종이 닮아야 할 캔버라
2. 성공 핵심은 교육, 국토 다핵화도 한 몫
3. 세종의사당, 대통령 제2집무실, 법원 조기 설치 시급
4. 행정수도 메가시티 양 날개로 지방시대 구현해야
5. 개헌으로 행정수도 완성이 시대적 과제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 국민들이 건물 위로 올라가 휴식 등을 취할 수 있는 구조로 눈길을 끈다. 이같은 설계는 '국회의원들이 국민 발 아래에 있다'라는 점을 상기하는 의미라는 것이 호주인들의 전언이다. 호주 캔버라=강제일 기자 |
호주는 의원내각제로 총선에서 승리한 집권당의 대표가 총리를 맡아 사실상 국가수반 역할을 한다.
호주 국회 내에는 총리 집무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총리는 이곳에서 상주하며 호주의 정치와 행정 전반을 콘트롤 한다.
더 로지(The Lodge)라 불리는 총리 관저는 캔버라 내에 따로 마련돼 있다.
호주는 상하원 양원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회로 따지면 본회의장 역할을 하는 곳이 의사당 안에 두 군데 있다.
독특한 국회의사당 구조도 눈에 들어왔다.
건물 상층부 'ㅅ'자 구조물 위에 호주 국기가 걸려 있는 것이 꽤 인상적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건 국민들이 국회 건물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원하면 국회 건물 꼭대기로 올라가 휴식을 취하거나 간단한 행사도 진행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공간 위에 국민이 발을 딛고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는 "정치인들이 국민 발 아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라고 여기서 만난 호주인들이 전했다.
2031년 전후로 들어설 세종의사당도 국회의원 권위를 벗고 국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호주와 같은 설계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캔버라는 100년 된 도시다.
호주 연방이 출범한 1901년 수도를 정하는 문제를 두고 시드니와 멜버른이 충돌했다. 결국 타협안으로 두 도시 중간에 위치한 캔버라를 수도로 정한 것이다.
캔버라 출범 기저엔 정치적 배경도 깔려 있는 셈이다. 세종시가 지난 2002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시작했다는 점에서 캔버라와 세종시는 태동부터가 닮아 있다.
세종시와 캔버라가 비슷한 점은 또 있다. 인구가 40만 명으로 엇비슷하고 국가 주도의 계획도시로 성장했고 도시 중앙부에 큰 호수가 있으며 녹지 공간이 많다는 점도 닮았다.
대도시의 북적함 대신 차분함이 느껴진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캔버라는 세종시와 다른 점도 분명했다.
국회의사당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엔 호주 연방정부 건물들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줄지어 마주 보고 있었는데 경제, 사회, 문화 등은 물론 외교와 국방 관련 부처도 모조리 캔버라에 있다.
호주 국회가 다른 곳에 기능을 나누지 않고 캔버라에 온전히 있는 것처럼 이 나라 정부부처도 캔버라에 모두 집적돼있는 것이다.
근처엔 호주 연방대법원도 있다.
세종시와 서울 두 곳에 정치와 행정 기능이 이원화돼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호주는 국가시스템이 훨씬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세종시는 태동 배경부터 지향점까지 캔버라와 꼭 닮아 있어 보였다.
다만, 앞으로 닮아가야 할 점도 분명하다. 그건 바로 세종시에 온전치 않은 입법과 행정, 사법 기능을 완전히 채우는 일이다.
앞으로 세종시 100년을 준비한다면 캔버라의 100년에서 그 해답을 찾는 건 어떨까.
호주 캔버라=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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