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를 넘어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파이널A 진출을 꿈꾸며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벌이는 하나시티즌과 가을야구의 소망을 팬들과 함께 염원하는 한화가 올여름 폭염을 이겨내고 역전의 서막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편집자 주>
대전하나시티즌 선수들이 7월 22일 대구FC와의 홈경기에서 득점한 후 함께 기뻐하고 있다.(사진=대전하나시티즌 제공) |
대전하나시티즌의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시즌 초 연승을 달리며 위풍당당했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가장 큰 문제는 유일한 강점이었던 팀의 화력이 약해지고 있단 점이다.
대전은 최근 10경기 동안 2승 5무 3패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중 대전이 넣은 골은 모두 9골로, 1경기 평균 1골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공격축구란 수식어도 이젠 과거의 명성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날카롭기만 할 줄 알았던 대전의 칼날이 서서히 무뎌지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수차례 지목된 수비 라인에서의 약점은 너무도 뼈아픈 상처로 커지고 있다. 최근 10경기 동안 상대팀에 15골을 내주면서 리그에서의 순위도 파이널A 진출의 마지노선(6위) 아래인 7위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5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우리에게 위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이민성 감독의 말이 정말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K리그1 중위권 경쟁이 여전히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단 점이다. 우승권을 겨루는 상위권 3팀을 제외하고, 리그 4위 FC서울(승점 38점)과 리그 8위 인천유나이티드(승점 33점)와의 승점 차이는 5점에 불과하다. 특히 대전은 인천과 승점이 같지만, 다득점에서 9골 앞서며 7위를 유지하고 있다. 1경기 승패 결과가 리그 순위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단 뜻으로,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면 대전은 남은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선수단의 새로운 바람이 절실하다. 현재 대전의 공격 루트는 티아고와 레안드로 등 일부 선수에 다소 편중돼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8일 기준 티아고가 7골로 리그 전체 선수 중 공동 5위, 레안드로가 7개의 어시스트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둘을 제외하고는 공격포인트 10위권 안쪽에 진입한 선수는 전무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전은 최근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라트비아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블라디슬라프스 구트 코프스키스를 영입하며 공격진을 강화를 꾀하고 있다. 그리고 부실한 수비도 보강을 앞둔 점도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5월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서 이탈했던 대전 수비의 핵심 중 하나인 조유민은 8월 13일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의 복귀전을 예고하고 있다.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기 전까지 안톤과 탄탄한 수비를 담당했던 조유민인 만큼 추세 전환이 절실한 현시점에서 대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이글스 선수들이 7월 28일 SSG와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후 함께 기뻐하고 있다.(사진=한화이글스 공식 유튜브 캡처) |
지난달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승승장구 속 쾌조의 분위기를 이끌며 리그 내 중위권으로의 도약을 꿈꾸던 한화이글스의 기세가 주춤하고 있다. 특히 7월 말부터 연패를 거듭하기 시작하면서 잠시나마 가을야구의 희망을 꿈꿨던 팬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화는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4연패를 기록했으며 최근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에서 모두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8월 6일엔 연장 12회까지 접전을 펼치기도 했으나, 결국 4-4 무승부를 기록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지 못했다.
한화의 상승세가 꺾인 배경엔 '행복수비'의 악몽이 재현된 점이 크게 한몫했다.
행복수비는 수비에서 어이없게 발생한 실책이나 너무도 쉬운 타구를 놓쳤을 때 일컫는 말로, 한화의 응원가 '나는 행복합니다'에서 어원이 파생된 말이다. 과거 한화이글스가 리그 순위 하위권에서 다소 처참한 수비력을 펼치던 시절, 국내 야구팬들은 조롱의 의미를 담아 행복수비란 말로 종종 놀리곤 했는데 최근 한화의 수비에서 또다시 행복수비가 나타나고 말았다.
수비에서의 취약점은 두산 베어스와 펼친 3연전에서 더욱 부각됐다.
8월 2일 두산을 상대로 한화는 비교적 순항하고 있었지만, 3회 초 외야로 평범하게 뜬 공을 중견수 문현빈이 놓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운 좋게 1루로 진출한 두산의 박계범이 홈까지 무사귀환하면서 두산의 선취점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선취점을 내준 한화는 4회 말 채은성의 솔로포로 두산을 따라잡으며 12회 연장 접전을 벌였지만, 12회 초 두산 정수빈에게 뚫리며 1-4 패배를 기록했다. 어이없는 실수에서 발생한 실점이 결국 경기 패배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후 펼쳐진 두산, KIA와의 경기에서도 한화는 타선에서의 화력과 아쉬운 수비력을 살려내지 못하면서 좀처럼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최원호 감독도 수비에서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8월 6일 KIA와의 경기 전 인터뷰에서 "체력적으로 힘든 선수들이 보여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며 "정은원은 움직이는 게 힘들어 보이고 수비에서의 움직임도 무디다. 문현빈도 지친 것 같다"고 말했다.
탄탄한 수비는 승리 견인에 기초가 되는 만큼, 한화 순위 반등의 열쇠도 향후 수비력에 달렸다. 이번 주 KT와 두산을 상대로 펼치는 3연전을 통해 한화가 가능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가을야구의 꿈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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