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신속 처리를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신중 검토로 맞서는 더불어민주당 대립 속에 이 법안이 결국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 됐는데 야당 안조위 인사가 모두 충청권 의원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불참한 채 열린 전체회의에서 "안조위 요구서를 접수한 즉시 구성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주항공청 설치 관련 대체 토론이 마무리된 5개 법안이 안건조정위로 넘어갔다. 민주당은 전날 장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전체회의 등 의사일정을 정했다고 반발하며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안조위에서 심의하자고 요구한 바 있다.
안조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설치되는 기구로, 최장 90일까지 법안 심사가 가능하다. 6명으로 안건조정위가 구성되고, 6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은 박성중(서초을), 윤두현(경산) 의원을 안조위에 배치했다. 국민의힘 소속이었다가 탈당한 하영제 의원도(사천남해하동)도 가세했다. 민주당은 3명의 의원이 안조위에서 활동하게 됐는데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대전유성갑)과 이정문(천안병), 변재일(청주청원) 등 모두 충청권 의원으로 구성됐다.
국민의힘은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안건조정위에서 민주당만 찬성하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 반대로 안조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는 요원해진다. 우주항공청 설립 열쇠는 충청 야권이 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경남 사천 설립을 공약했다. 하지만 과학기술계 일각에선 우리나라에서 압도적인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한 대전에 이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해선 무엇보다 국회에서 특별법이 처리돼야 하는 데 여야 의견 차이가 현격해 법안심사가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이날 과방위에서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주항공산업 OEM이나 받는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법안 통과의 현실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과방위원들 성명에서 "정부가 다급히 발표한 '우주항공청 설립 운영 기본 방향'은 문제투성이다. 조직은 엉성하고 기능은 모호하다"며 "안조위는 앞으로 투명하고 철저하게 이런 문제들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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