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높은 연체율로, 고금리와 경기둔화 속에서 대출받은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자 제때 은행에 상환하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기준 대전의 시중은행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6%로, 3월(0.64%)보다 0.1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 기준으로 봐도 대전이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연체율이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기업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자 은행에 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연체율은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3.50%로 치솟은 이후부터 급격히 올랐다. 기준금리는 2022년 1월 1.25%에서 4월 1.50%, 5월 1.75%, 7월 2.25%, 8월 2.50%, 10월 3%, 11월 3.25%, 2023년 1월 3.50%까지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단행됐다.
이 기간 대전 중소기업 연체율도 2022년 1월 0.18%에서 2월 0.37%로 상승하기 시작해 같은 해 11월 0.54%까지 치솟았다. 이어 올 1월 0.63%로 오른 뒤 4월 들어 가장 높은 0.76%로 급등했다. 은행 금리는 여전히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3~5월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는 연 5.45~6.30%다. 평균 5%대다.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지만 대출액도 덩달아 크게 늘고 있다. 통상 연체율이 오르면 대출액은 줄어들어야 함에도 동반 상승 중이다. 대전의 4월 시중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254억원 증가한 20조 7622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3% 상승한 수치다. 1~4월 전체 상승액만 놓고 봐도 3022억원 증가했다. 2022년 12월 20조 4600억원으로, 전월(20조 6188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올 1월부터 재차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까지 지속적인 상승을 보이고 있다.
9월 말 종료되는 대출 상환유예조치 종료 이후 부실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출 만기 연장은 2025년 9월 말까지 자율 협약에 따라 연장이 되지만, 상환유예는 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9월 말까지 추가 연장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10월부터는 정상적으로 빚을 상환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으로 눌러온 리스크가 폭발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여기서 비롯된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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