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플레이어 유입 방침은 환영할 일이지만, 구체적 내용을 보면 특화전문은행에 대한 부정적 기류와 지방은행의 변화 요구 등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은행권 경쟁촉진 등 6개 과제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월 윤 대통령이 은행의 과점 폐해를 지적하면서 특단의 경쟁 강화 방안 마련을 지시한 결과를 내놓은 것.
먼저 은행 경쟁 촉진 대책의 핵심은 기존 5대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지방은행 등의 신규 플레이어 투입이다. 구체적으로 지방은행은 전국적 점포망을 가진 시중은행으로, 저축은행은 지방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틀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또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를 통해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유입되도록 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이 인가방침을 발표하면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 됐지만 앞으로는 건전성·사업계획서를 갖춘 사업자에게 심사를 거쳐 인가를 내주는 방식을 도입한다.
기업금융중심은행을 추진 중인 대전시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논의 초반 핵심 안건으로 주목받았던 특화전문은행 도입에 유보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SVB 사태 이후 건전성이나 유동성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특화전문은행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면 그때 새로운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시가 추진 중인 기업금융 중심은행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공약 사항이자, 이장우 대전시장의 핵심 공약 사업이다. 기업금융 중심은행은 벤처혁신기업의 투자 및 지원을 주 목적으로 하는 특수은행이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벤처기업들의 성장 촉진과 벤처금융 수요 기업의 지역 유입 등 신산업·신기술 금융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주요 골자다.
대전시는 관련 연구 용역이 7월 말 마무리되면 설립 추진 방안을 구체화하고, 관계 당국의 협조 요청 등 후속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더욱이 이자 이익에 치우친 은행의 수익 구조(최근 5년간 총이익의 88%가 이자수익)를 다변화하기 위해 자산관리서비스와 벤처투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개선안에 반영됐다. 벤처투자 및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은행 설립의 의미가 축소될 수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기업금융중심은행 설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해 결과를 앞두고 있다"면서 "결과가 나오면 금융당국의 이번 발표와 상관없이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은행 설립을 추진 중인 충남도 마찬가지다. 신규 진입 장벽은 낮췄지만,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을 열어놔 이에 대한 새로운 전략 마련이 필요해졌다. 여기에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진입을 허용하는 등 지방은행의 역할론에 대한 의문도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이번 정부 발표 이후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도전을 선언하는 등 벌써부터 '지방은행 한계론'에 불이 붙고 있다.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는 충남도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다.
지역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큰 목적을 갖고 있다"면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이탈 움직임은 지역 금융의 한계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관련 내용을 철저히 검토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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