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한덕수 국무총리(사진 왼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충청권 미래성장 동력이 걸린 사안에 대해 정부 여당 핵심 관계자들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거나 '립 서비스' 수준의 발언에 그치면서 공약이행을 의심케 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4일 세종의사당으로 상임위 등 이전 규모를 정하는 국회 규칙을 여당이 주도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당 차원에서 적극 챙겨보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취임 100일 맞아 진행한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 서면인터뷰에서 "지난 4월에 최민호 세종시장을 만나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행정수도 세종의 실현 방안'에 대한 논의한 바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날 김 대표의 "적극 챙겨보겠다"는 언급은 지난 4월 25일 국회에서 최 시장과 회동한 직후 최 시장이 충청권 기자들에게 전한 것을 되풀이한 것이다.
국회 규칙 제정 시기나 이를 위한 여야 협치 등 구체적인 노력에 대한 내용은 빠진 채 '립서비스'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정국 어젠다를 주도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집권 여당 대표의 충청 최대 현안에 대한 발언임을 감안할 때 더욱 아쉬움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세종의사당 조기 건립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며 집권 이후엔 12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2년 차를 맞아서도 조기 건립을 위한 필수사항인 국회 규칙 제정은 요원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이를 심의해야 하는 데 현재로선 언제쯤 논의테이블이 차려질지도 오리무중이다. 얼마 전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기획재정부로 제출한 2024년 예산 요구안에 세종의사당 건립 예산을 누락,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가 KLJC 인터뷰에서 세종의사당 조기 건립을 학수고대하는 지역민들의 염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비단 김 대표뿐만 아니다.
한덕수 총리는 충청권 등 비수도권 공통현안이며 윤 대통령 대선공약인 공공기관 제2차 이전과 관련해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한 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천안병)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곧 지방시대위원회 발족과 동시에 국토부 중심으로 속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특별법이 공포되는 다음 달 10일께 세종시 청사에서 현판식을 갖고 지방시대 출범을 공식 선언할 계획이다. 때문에 이날 한 총리의 발언은 당초 윤석열 정부가 올 상반기까지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을 내놓기로 한 당초 계획이 사실상 물 건너갔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총리는 "다만, 서로 이해관계가 굉장히 첨예해 이런 부분들이 잘 조정하면서 해나가는 절차가 남아 있다"면서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계획들이 점차 확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 역시 자칫 정부가 지자체 간 유치 과열을 이유로 총선 이후로 정책 시행을 미루려 한다는 우려를 완전히 배제하긴 힘든 발언으로 들린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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