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민식이법 3년 솜방망이 처벌 여전…양형기준도 오락가락"

판결문 226개 분석…징역형은 12건에 불과
음주운전 사고 모두 집행유예 선고로 나타나

연합뉴스

스쿨존에서 안전운전 의무 소홀로 어린이를 사망 또는 상해를 입힌 자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 3년이 경과한 가운데 가해자 처벌이 여전히 솜방망이에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 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아산을)이 법 시행 이후 2021년 3월 25일부터 이번 2월 25일까지의 1심 판결 226개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징역형은 모두 12건(5%)에 불과했다. 집행유예가 106건(47%)으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 88건(29%), 벌금 집행유예 7건(3%), 무죄는 13건(6%) 등으로 나타났다.

징역 선고의 형량은 최소 징역 8개월에서 최대 징역 5년이었으며, 피해자가 두 명 이상이면서 한 명이 사망에 이른 두 사고의 가해자가 가장 높은 형량(4년 6개월, 5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가 사망에 이른 사고는 4건이 더 있었는데 이는 모두 집행유예를 받아 전체 사망사고 중 3분의 2가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적색 신호를 위반하고 시속 52㎞ 속도로 제한속도를 크게 위반해 보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10세 아이를 친 오토바이 운전자는 징역 8개월을 받았다.

그러나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판결문에 명시된 사례가 83건에 달했고 속도가 명시된 판결문 100개 중 34건이 속도위반임을 감안하면 모든 운전자 과실이 높은 형량으로 이어졌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것이 강 의원 주장이다. 이밖에 스쿨존에서 음주 운전자가 일으킨 어린이 교통사고는 모두 5건으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일각에선 법원의 양형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 의원이 피해자의 피해 정도가 동일하게 전치 8주 5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속도와 신호를 위반하지 않았으나 무면허 운전을 한 A 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속도와 신호를 모두 위반하지 않은 B 씨와 C 씨는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또 정지신호를 위반한 D 씨의 경우 징역 1년, E 씨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는 등 전국적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에 대한 일관된 판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강 의원 판단이다.

강 의원은 "민식이법 시행 이후 과잉 처벌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현실은 오히려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고 그동안 양형기준이 없어 법원의 판단이 일관성이 없던 것도 문제로 보인다"며 "대법원에서 최근 시행 3년 만에 양형기준을 제정해 발표한 것은 환영하지만, 향후 실제 집행결과를 보다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