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친 고향이 충남 공주이기 때문이다.
고향(故鄕)의 사전적 의미가 '자신이 태어난 곳' 뿐만 아니라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라는 뜻도 있고 아버지 출신지가 곧 고향이라는 소위 '관습법'을 감안한 것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발끈했다. 직접 태어나지도 않았고 학연 역시 없다는 점을 들어 윤 대통령의 '충청의 아들' 프레임을 공격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윤 대통령 고향을 두고 충돌한 것은 캐스팅보터인 충청권 필승이 대선 승리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윤 대통령은 충청권에서 이재명 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4만7000여 표 더 많이 받았다.
대선 최종 결과 윤 대통령이 24만 7000여 표 차이로 이겼는데 중원의 승리가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선 뒤 충청 현안들이 빠르게 해결되면서 이른바 '충청의 아들 효과'가 나타나는 듯 했다.
윤 대통령 취임 한 달도 안 된 지난해 5월 말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설치하는 내용의 행복도시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대전 방위사업청 이전과 충남 아산 경찰병원 분원 설치도 확정됐다. 이는 모두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역대 정부에서 영호남 출신 대통령이 번갈아 가며 나올 때마다 해당 지역이 크게 발전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같은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충청의 비약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이런 생각은 집권 초에 비해 다소 시들해진 듯하다. 지역 핵심 현안이 줄줄이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의사당의 경우 여야가 상임위 등 이전 규모를 정하는 국회 규칙 제정에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내년 총선용으로 전락했다. 여야가 2년 전 세종의사당 설치법에 합의했고 네 차례나 용역을 거쳤음에도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은 선거 때 '재탕'을 노린 정략을 깔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얼마 전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발목이 잡힌 충남 서산공항도 마찬가지다.
20조 원 가량의 TK 신공항과 광주 군공항은 특별법까지 만들어 예타 면제의 길을 터줬다. 하지만, 500억 원 남짓한 서산공항은 유독 정부의 엄격한 잣대에 꺾였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의 공허감은 크다.
육사 논산이전 역시 장기과제로 분류되면서 조기 가시화는 요원한 듯하다. 윤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충청홀대론이 나오는 대목이다.
충청권 한 야당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에 "충청권에 식언(食言)을 했다"고 꼬집으며 대선공약 약속 위반을 주장했다.
술렁거리는 고향 민심이 용산 대통령실에까지 들렸을까. 윤 대통령은 얼마 전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투자협약식에서 "충남에 오니 고향의 푸근함이 느껴진다"며 애정을 과시했다.
또 "정치를 시작하면서 충청인 여러분께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늘 말씀 드렸다"고 보탰다.
대통령이 지역에 가면 그곳의 현안을 챙기겠다는 통상의 발언 수위를 넘어선 것처럼 들린다. '충청의 아들'로서 고향에 진심을 보인 것으로 봐도 될까.
그렇게 믿고 싶다. 이런 생각은 집권 2년 차를 맞은 윤 대통령이 충청 현안을 직접 챙길 때 더욱 커질 것임은 자명하다.
<강제일 서울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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